지난 23일밤 필리핀 세부 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3명을 태운 대한항공 여객기가 폭우 속에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벗어나는 사고가 있었죠.
그 긴박했던 순간의 모습을 MBN이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박규원 기자가 전합니다.
【 기자 】
기체가 강하게 흔들리고 기내 천장 조명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합니다.
(현장음)
-"헤드다운! 헤드다운! 머리 숙여!"
긴박했던 대한항공 여객기의 세부공항 비상착륙 당시 영상입니다.
▶ 인터뷰(☎) : 사고 여객기 승객
- "갑자기 뭐가 우당탕탕 하면서 어디에 이렇게 긁히는 건지 박히는 건지 난리가 났었어요. 불이 깜빡깜빡 들어왔다 나갔다 하고…."
앞선 두 번째 착륙 시도 중 비행기가 다시 급상승할 때 공포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 인터뷰(☎) : 사고 여객기 승객
- "뒤쪽에 뭔가 쿵 하는 것 같으면서 모니터 옆에 있는 면세점 잡지랑 모든 게 다 떨어졌어요. 그때부터 좀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가족들한테 문자도 보내놓고…."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동체 앞 부분이 땅에 박히면서 승객들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 인터뷰(☎) : 사고 여객기 승객
- "옆에 있는 필리핀 노부부는 소리를 지르고 아줌마가 대성통곡을 하고 난리가 났었는데…. 승무원들은 거의 한국말로 당황해서 소리 지르고…."
탑승객 170여 명이 비상슬라이드로 탈출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폭발 위험에 현장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현장음)
-"이쪽으로 오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현장을 벗어나 겨우 숙소로 이동했지만, 대한항공의 사고대응은 미숙했습니다.
짐을 찾지 못해 속옷조차도 없는 상황이지만, 기체에 접근이 어려워 수하물 전달이 늦어진다는 문자가 전부였습니다.
▶ 인터뷰(☎) : 사고 여객기 승객
- "저희는 짐을 아무것도 못 갖고 나왔기 때문에 옷도 없고 먹던 약도 다 안에 있고…. 현지 핸드폰으로 바로 연락할 수 있는 전화가 있으면 좋은데 그것도 안 알려주고…."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안내도 없었습니다.
▶ 인터뷰(☎) : 사고 여객기 승객
- "뉴스를 보니까 특별기가 들어온대요 지금. 대한항공 공식 홈페이지 전화했더니 모르겠다고 기다려보라고 알아보고 연락준다고…."
▶ 인터뷰(☎) : 사고 여객기 승객
- "심지어는 영사관에서도(연락이 없고). 우리는 국가에서 버림받았나보다 하면서 농담까지 했어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승객들은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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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집 : 오광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