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밤 필리핀 세부 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3명을 태운 대한항공 여객기가 폭우 속에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를 벗어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아찔했던 순간의 모습을 박규원 기자가 단독으로 입수했는데 전화연결해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 질문 1】
박 기자. 먼저 사고 내용부터 정리해주시죠.
【 기자 】
네. 지난 23일 저녁 7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는 당초 세부공항에 현지시각 밤 10시에 도착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폭우를 동반한 현지 기상악화로 두 차례 착륙에 실패하고, 세번째 가까스로 착륙했습니다.
1시간 늦은 밤 11시7분 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착륙과정에서 활주로를 300m 벗어나 정지했고, 비행기 바퀴와 동체 앞부분이 크게 파손돼 바닥에 충돌했습니다.
승무원과 승객 173명은 비상 슬라이드를 통해 무사히 빠져나온 터라 부상자는 없었습니다.
【질문 2】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승객과 승무원이 크게 놀랐겠어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세차례 시도 끝에 착륙에 성공했지만, 승객들은 한 시간 넘게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당시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이 찍은 영상 속 음성을 들어보겠습니다.
"헤드다운...헤드다운..머리 숙여..헤드다운"(28초)
승무원들이 충돌에 대비해 머리를 숙이라는 경고 소리를 계속 낸 겁니다.
마치 영화 속 비상착륙을 연상케 할 정도입니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다른 영상 하나 더 보겠습니다.
비상착륙 후 승객들이 비상 슬라이드를 통해 바깥으로 빠져 나오는 모습인데요.
구급차 등 비상 싸이렌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승무원들이 분주히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현장입니다.
"이쪽으로 오세요...."(30초)
【 질문3 】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과도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승객과 통화를 했는데, 충돌 순간 기체서 굉음이 나고, 매캐한 냄새가 났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승객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제 느낌에 뒤쪽에 뭔가 쿵 하는 것 같아서 하면서 그러면서 모니터 옆에 있는 면세선 잡지랑 모든 게 다 떨어졌어요. 네 그런데 콩 하는 동시에 바로 튀어 올라가더라고요 비행기가 다시..."
"비행기가 올라가서 계속 돌고 있는데 이제 그때부터 좀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사실 이렇게 뭐야 가족들한테 문자도 보내놓고요 미리 문자 보내놓고 그렇게 했는데 가지는 않았는데..."
"옆에 사람들이 막 소리 지르고 박수 치기는 치더라고요 그래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때부터 갑자기 쌩하더니 뭐가 우당탕탕 하면서 어디에 이렇게 긁히는 거지 박힌 거지 그러고 난리가 났었어요. 걔네가 그러면서 이제 불이 깜빡깜빡 들어왔다 나갔다. 들어왔다 나갔다 하고 그러고 하더니 어디 딱 이제 쓰고 나니까 이제 갑자기 조정실에서 나와갖고 이제 기장들이 이렇게 막 확성기 들고 다니면서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면서 이제 불 났나 확인해라고 승무원들 시키더라고요."
비상착륙 후에 탈출하는 과정도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들어보시죠.
"일단은 한국 사람보다는 현지인들하고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이제 막 승무원들은 거의 한국말로 당황해서 소리 지르고 이제 그래갖고는 이제 한쪽으로 이리 가리다 저리 갔다. 사실 갈팡질팡했고 숫자를 계속 샌다고 이제 비가 오는 데 세워놓고 숫자를 세는데 사람들이 말을 안 들으니까 숫자가 잘 안 세시잖아요. 그랬더니 이제 어린아이들이 있는 사람들이 소리 어린 아이부터 빨리 태워서 보내라 어쩌라 하는데 그런 아수라판이었어요."
"옆에 있는 필리핀 노부부는 소리를 지르고 아줌마가 대성통곡을 하고 난리가 났었는데 그게 더 무섭더라고요 사실..."
당시 승객들이 공포에 떨었던 1시간의 모습이었습니다.
【 질문4 】
정말 위급한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승객들은 언제 귀국하는 겁니까?
【 기자 】
현재 비행기 탑승객들은 세부의 숙박시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체편은 오늘 오전에 세부로 출발해 오늘밤 9시쯤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애초 목적은 사고가 난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었던 승객들을 데려오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사고기에 탑승했던 승객들 가운데 돌아오고 싶은 일부도 대체편을 타고 돌아올 수도 있어 상황을 좀 지켜봐야 겠습니다.
【질문5 】
앞으로 언제 돌아가는 것인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손님도 많다면서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취재를 해보니 비상착륙 후 짐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호텔로 바로 안내도 이뤄지지 않아 큰 불편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행 비행기에 대해서는 아직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승객도 있고,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는 답도 있습니다.
【 질문6 】
사고 원인은 밝혀졌나요?
【 기자 】
브레이크 결함과 악천후 속에 비상착률을 시도하면서 바퀴가 고장났을 가능성 등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전망입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인천으로 오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엔진 결함으로 아제르바이잔에 비상착륙한 적이 있고,
9월에는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와 다른 항공기가 부딪치는 충돌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풀리면서 항공기 운항사고도 늘고 있어 당국의 철저한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도국 경제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