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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실 낙우회·푸르밀 낙농가 비상대책위원회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에서 푸르밀 사업 철수 규탄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최아영 기자] |
25일 오전 11시30분경 상복을 입은 농민들이 45인승 버스에서 내렸다. 이들이 재빨리 이동해 마이크를 잡은 곳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 앞.
한 시가 급했다. 2시간으로 예정된 기자회견 후 곧장 농가로 돌아가 소 젖을 짜내야 하기 때문이다. 젖소의 젖은 매일 규칙적으로 짜줘야 한다. 그런 일상을 잠시 미뤄두고 새벽같이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무려 40여년간 푸르밀의 요청에 따라 푸르밀에만 원유를 공급해 온 낙농가 농민들이다.
이날 낙농가는 푸르밀의 일방적인 거래 해지 통보에 집단행동에 나섰다. "독단폐업 푸르밀을 규탄한다","낙농가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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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실 낙우회·푸르밀 낙농가 비상대책위원회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에서 푸르밀 사업 철수 규탄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방영덕 기자] |
이상옥 전북 임실군 낙농육우협회장은 "신동환 대표에게 원유 공급 해지 내용증명을 받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며 "40년간 거래를 해온 업체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말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농가 20여곳에서 푸르밀에 공급하는 원유의 양은 1년에 4만t에 이른다. 그러나 내달 푸르밀과의 영업 종료되면 이 원유의 공급처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만다. 이미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하기 위해 농가가 낸 빚만 수백억에 이른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이 회장은 "푸르밀 영업종료로 하루 아침에 길에 버려야하는 우유가 무려 120억원 어치에 달하는 양"이라며 "낙농가로서는 지금 막막하고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낙농가에서는 푸르밀에 원유 공급처를 잃음으로써 생긴 손실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시골에서 낙농업을 하면서 우유납품업체가 없다면 우유를 다 파괴시켜야 하는 입장이다"며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쿼터 기준양을 푸르밀에서 현 시가로 매입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이날 농민들은 푸르밀에 납품해 왔던 우유를 일부 푸르밀 본사를 향해 투척하거나 길바닥에 버리는 행위를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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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에 낙농가들이 사업 종료에 항의하며 투척한 우유곽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유제품 기업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해 온 농가에 대해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푸르밀 원유공급농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질의하자 정 장관은 "지금 수요가 생기는 (원유는) 가공용"이라며 "해당 농가가 그쪽으로 전환하겠다면 내년 낙농제도 개편에 맞춰 시범 케이스로 획기적으로 지원하고 싶고 만일 지금처럼 (음용) 흰 우유를 생산하려고
한편, 이날 푸르밀 본사 앞에는 낙농가 집회로 경찰 병력 수십명이 농민들을 에워싼채 2차선 도로 하나를 통제해야 했다. 오는 26일에는 푸르밀 노조의 상경 투쟁이 예고 돼 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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