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말미암아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운영 주체인 SK C&C는 화재 발생에 따른 입주사 피해에 대한 보상 요구가 있으면 성실하게 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카카오는 먹통 사태의 직접적 원인인 화재 발생 경위에 대한 SK 측의 적절한 대응 여부를 가리는 경찰 조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SK 측이 신속하게 화재 상황을 알리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고 성토하는 분위기입니다. 급기야 SK C&C는 화재 당시 보안요원이 카카오 측과 통화한 내역까지 공개하며 입주사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합니다.
양사를 취재해보니 이 처럼 볼썽사나운 진실 공방은 의외로 사소한 곳에서 출발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소통 부족'입니다.
주지하듯 데이터센터는 국가 기반시설에 준하는 중요 시설입니다. 그래서 유무형의 강력한 보안 조처가 작동합니다. 일례로 운영 주체인 SK C&C는 이번 사태를 통해 비로소 자사 데이터센터 3층이 대한민국 국민톡(카카오톡)을 움직이는 허브 기지임을 알았다고 합니다. 자사는 3층 공간만 카카오에 임대했을뿐, 입주사와 관련 서버에 대한 어떤 정보도 알 수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역으로 카카오는 3만 대가 넘는 대규모 서버가 가동되는 중요성을 알았다면 SK C&C가 보다 신속하게 화재 상황을 공유해야 했다고 아쉬워합니다.
역대 최악의 데이터센터 재난사태에서 SK와 카카오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정보 파악이 너무나도 부족했습니다. 보안을 이유로 서로를 잘 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입니다.
데이터센터의 안정성을 높
이려면 운영사와 입주사가 이 같은 불문율을 깨고 '전력 블랙아웃'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서로 훈련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정부가 준비하는 데이터센터 관련 각종 규제보다 운영사와 입주사 간 '전략적 소통' 확대가 재발 방지를 막는 진짜 해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