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세대 디 올뉴 그랜저(왼쪽), 1세대 각 그랜저 [사진출처=현대차, 매일경제DB] |
불호를 호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현대차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전례도 있다. 현재 판매되는 6세대 부분변경 모델도 처음엔 호보다 불호가 많았다.
기존 6세대 그랜저도 잘 팔렸는데 전기차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디자인 변신에 "그랜저 이제 끝났다"는 혹평까지 나왔다.
↑ 현재 판매되는 6세대 부분변경 그랜저 [사진출처=현대차] |
사장차에서 '아빠차'로 자리잡더니 여성, 20~30대까지 사로잡으면서 '국민차'로 승격했다.
부분변경 모델도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7세대 완전변경 모델은 그 이상의 변신이 예상됐다.
7세대 키워드는 당초 '복고(Retro)'로 알려졌다. 예상도가 나올 때마다 1세대 '각 그랜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 신형 그랜저 [사진출처=현대차] |
복고를 새롭게(New) 즐기는 뉴트로(New-tro) 모델로 진화했다. 패션을 넘어 문화까지 확산된 뉴트로 트렌드에 그랜저도 합류했다.
그동안 공개된 예상도와 비슷하게 나온 신형 그랜저에도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고 있다. 대신 호불호를 떠나 계약에서는 성공적이다. 계약 전환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과 부품 공급 문제, 전기차 생산라인 구축 등으로 현재 판매되는 그랜저 2.5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고 대기기간은 각각 5개월과 10개월 이상이다.
올해 안에 출고가 어렵다. 현대차는 대기 소비자가 원하면 순번을 유지한 채 신형 그랜저로 계약을 전환해주고 있다.
지난 7월말 전환을 원하는 소비자는 3만명, 8월 초에는 4만명, 9월 초에는 6만명을 넘었다. 19일 기준으로는 8만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판매대수(8만9084대)에 버금가는 실적이다.
↑ 1세대 각 그랜저(위)와 7세대 신형 그랜저 [사진출처=매일경제DB, 현대차] |
차체는 현재 판매되는 그랜저보다 더 커진다. 외모에서는 '사장차'로 존재감을 발휘했던 1세대 '각 그랜저'의 유전자(DNA)가 엿보인다. 대신 주도적은 아니다. 모티브로만 삼아 완전히 새롭게 거듭난 뉴트로를 지향했다.
'각'은 헤드램프와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 일체형 범퍼에만 존재한다. 보닛은 우아하고 날렵해졌다. 보닛 라인에서는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제네시스 G90의 향기가 느껴진다.
각 그랜저에서 가져온 오페라 글라스(2열 창문 뒤 쪽창)는 더 넓게 다듬어졌다. 2열에서 느끼는 개방감이 더 향상됐을 가능성이 높다. 쇼퍼드리븐카(운전자가 따로 있는 차)이자 사장차 기분을 선사한다.
↑ 신형 그랜저 전면부 [사진출처=현대차] |
그릴에 포함된 사각형 헤드램프는 2열 구조로 라이트가 작동한다. 변형된 벌집 형태 그릴은 범퍼를 장악했다. 강렬하고 웅장한 이미지다.
범퍼 하단은 앞쪽으로 돌출했다. 차체가 더 크고 날렵하게 보이도록 해준다.
측면의 경우 프레임리스 도어로 깔끔하면서 우아한 매력을 강조했다. 도어 핸들은 차체로 파고들었다. 히든(또는 플러시) 도어 핸들로 디자인과 공기역학 성능을 모두 추구했다.
후면부에서는 제네시스 G90처럼 단정한 멋과 품격을 추구했다. 주간주행등처럼 슬림한 일자형 리어램프를 적용했다. 차체 폭이 실제보다 더 넓어보이는 효과를 준다.
↑ 신형 그랜저 내부 [사진출처=현대차] |
각 그랜저의 원(1) 스포크 스티어링휠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적 감각의 'D컷 3 스포크 스티어링휠을 채택했다. 각 그랜저처럼 세로 스포크가 두텁다.
현재 판매되는 그랜저가 전자식 변속 버튼(SWB)을 적용한 것과 달리 스티어링 휠 뒤쪽에 부착하는 칼럼 시프트가 적용됐다.
벤츠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아이오닉5에도 장착됐다. 컬럼 시프트는 센터콘솔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계기판과 디스플레이는 한 몸으로 길게 이어졌다. 현재 판매되는 그랜저와 비슷하지만 좀 더 깔끔해지고 넓어졌다.
↑ 신형 그랜저 실내 [사진출처=현대차] |
터치식 공조 컨트롤러는 기존 그랜저와 비슷한 곳에 배치됐지만 2배 가까이 커졌다. 기어 또는 전자식 변속 버튼이 사라진 센터콘솔은 오목해져 수납 기능이 향상됐다.
시트에는 세로 스트라이프 패턴이 적용됐다. 탑승자 몸을 좀 더 안정적이고 안락하게 잡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2열 레그룸과 헤드룸 공간은 현재 판매되는 그랜저보다 더 넉넉할 것으로 예상된다. 쇼퍼드리븐카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 신형 그랜저와 현재 판매되는 그랜저 실내 비교 [사진출처=현대차] |
더 크고 넉넉하고 안락하면서 성공 이미지도 갖춘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다.
아울러 6000만원 이상 줘야 하는 제네시스 G80,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공략 대상이다.
신형 그랜저는 5년 연속 국민차 자리를 차지했던 6세대(부분변경 포함)의 인기를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10월 그랜저 판매대수는 5만441대다. 판매 1위다.
다만 2위 기아 쏘렌토가 5만420대 판매되면서 21대 차이로 바짝 추격중이다. 형제차종이자 경쟁차종인 기아 K8은 3만3917대로 1위 경쟁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호시탐탐 국가대표 준대형세단 자리를 노리고 있다.
↑ 신형 그랜저(위)와 현재 판매되는 그랜저 [사진출처=현대차] |
단, 계약이 모두 판매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변수가 있다. 실물이 공개된 뒤 파격 변신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살펴봐야 한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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