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치솟던 스타트업의 몸값도 급락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줄여도 장기간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경영권을 매각하거나 문을 닫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벤처투자(VC)업계 등에선 현재 경영권 매각 절차에 착수한 배달대행업체 메쉬코리아의 기업가치가 지난해 평가받은 수준보다 대폭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2018년과 작년에 각각 3000억원, 5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나 현재는 절반 이하로 낮아졌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들 사이에서 2000억원 이상 가치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까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25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한 숨 돌린 명품 플랫폼 '발란'도 처음에 기업가치 8000억원을 제시했으나, 투자 과정에서 몸값이 3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 급락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되며 사업 환경이 악화된 데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악화된 때문이다. 상당 기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외부 자금 조달이 필수다. 그러나 올해 들어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며 울며 겨자먹기로 기업가치를 낮추는 셈이다.
경영권까지 내걸며 신규 자금 유치에 나서도 장기간 어려움을 겪는 곳도 늘고 있다. 축산물 기업간거래(B2B) 플랫폼 미트박스의 경우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 지 1년이 됐지만,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왓챠도 올해 투자 유치 작업이 장기화되며, 몸값이 지난해 인정받은 3000억원 이상에서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매각설까지 거론된다.
벤처투자 시장에서 '돈맥경화'가 심화되며 생사의 기로에 선 기업도 적지 않다. 모바일 행동분석 솔루션 '유저해빗'은 지난 8월 폐업신고를 했다. 이 회사는 모바일에서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시각화해주는 솔루션을 개발해 프라이머, 매쉬업엔젤스, 스파크랩, 스틱벤처스 등의 투자를 받아 주목받았다. 그러나 후속 투자가 불발되며 문을 닫았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은 지난 9월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서비
VC업계 관계자는 "일부 유망 스타트업과 시드 투자 단계 기업들은 큰 영향이 없지만, 그 중간 고리에 있는 기업들은 자금난이 심각하다"며 "기업가치를 낮추면서 투자 유치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전히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강해 이마저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