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 수출둔화세가 뚜렷한 가운데 당분간 수출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출국의 경기 둔화와 글로벌 IT 시장 부진 , 강대국간 갈등으로 인한 국제정세 리스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19일 한은은 '향후 수출 여건 점검 및 경상수지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우리나라 수출은 상반기까지 양호했던 증가세가 크게 축소되고 있는 반면 수입은 에너지를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향후 무역·경상수지 흐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수출액는 지난달 574억 6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하는데 그쳤다. 9월 1~20일엔 -8.7%로 역성장하기도 했다. 범위를 넓게 잡으면 둔화세가 뚜렷하다. 지난 6월부터 수출액 증가율은 한 자리수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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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국 경기부진기 GDP 성장률 [자료 출처 = 한국은행] |
우선 수출품 절반 이상의 목적지인 미국과 중국, EU의 경기 둔화세가 심상치 않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수입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중 세 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월 기준 53.3%다.
미국과 EU 경기는 2000년대 이후 가장 가파른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속도가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시장 부실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전날 중국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주요경제 지표 발표를 하루 전에 연기한 것도 둔화폭이 컸기 때문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 중국의 '제로코로나'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경제 외적인 악재들도 계속돼 단기간에 경기를 회복하기 쉽지않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동안 주요 수출국의 경기부진이 한국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2009년 금융위기때 한국 수출액(통관 기준)은 전년대비 13.9%가 빠져나갔다.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2020년엔 -5.5%를 기록했다.
개별 국가들의 부진에도 영향을 받았다. 유로존 재정위기 시기였던 2012~13년엔 역성장한 EU 영향을 받아 수출 증가율은 0.4%에 불과했다. 최대수출국인 중국 경기가 둔화한 2014~16년엔 -3.9%였다.
한은에 따르면 향후 1년 전망은 더욱 어둡다. 3분기부터 내년 2분기까지 미·중·EU의 GDP 성장률 평균은 2.5%로, 유로존 재정위기(4.7%), 중국 둔화기(4.5%)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소비재·자본재 위주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구성중인 미국과 EU는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이 지속되면서 경기민감 품목 중심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우리 기업들이 현지생산을 늘리며 전기차와 배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성장세 약화와 더불어 자국 내수중심 성장구조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어 수출 부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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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및 비IT 수출 성장률 [자료 출처 = 한국은행 통계청] |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는 등 '팬데믹 특수' 효과가 약화되고, 글로벌 IT 기업의 재고·투자조정으로 반도체 단가가 하락한 것이 원인이다.
미국 정보기술기업 가트너는 올해 하반기 글로벌 서버생산 증가율을 당초 전년대비 14.5%(6월 전망)에서 지난달 8%로 하향조정했다. 반도체 수출단가도 지난 6월 전년동월대비 -9.4%를 기록한 뒤 감소폭이 커져 8월엔 -20.5%까지 떨어졌다.
세계정세의 불확실성도 수출에 악영향이다. 한은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간 패권 경쟁이 교역분야로 번지며 강력한 무역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IT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별 무역규제가 늘어나고 있다. 한은은 "강대국간 양자택일이 요구되거나 무역규제가 일방향으로 시행되면 대중국 혹은 대미국 수출을 중심으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경상수지 전망도 밝지 않다. 계속되는 무역적자가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끌어내리는 모양새다. 지난달 무역적자는 38억달러로 25년만에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8월 경상수지는 지난 4월 이후 다시 30억 5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 대유행 완화로 여행적자가 확늘어나는 등 서비스수지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경쟁력 강화가 바탕이 되는 가운데 에너지소비 효율화 및 여행·컨텐츠 등 서비스업 경쟁력 제고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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