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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을 나누고 있는 에스더 워치츠키(왼쪽)와 윤송이 NC문화재단 이사장. [사진 제공 = NC문화재단] |
실리콘밸리에서 40년간 창의적인 아이들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교육자 에스더 워치츠키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한국시간) 엔씨소프트의 최고전략책임자 (CSO)이자 NC문화재단을 맡고 있는 윤송이 이사장과 진행한 대담을 통해 미래교육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실패따위 두려워 하지 않는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들을 만들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송이 이사장도 아이들이 성적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다름'을 바탕으로 열정을 북돋아주는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두 사람의 대담은 인공지능이 바꾸어 나가는 세상에 대한 위기감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글이나 그림, 노래 등은 이미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1000배는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윤 이사장은 "그렇다면 미래에는 평범하지 않은 것을 만드는 능력이 더 중요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인재들을 양성하는 방법, 즉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교육은 성적을 통해 비슷한 사람들을 양성하는 목적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에스더 워치츠키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 성공적인 사람을 정의하는 특징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실패를 무릅쓰는 자세> 두 가지 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친구였던 스티브 잡스가 그런 사람이었다"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내놨던 잡스 역시 처음엔 사람들의 눈에 미친(crazy)사람처럼 보였다"는 점을 상기했다. 하지만 그들을 믿고, 존중하며,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고방식이 결국 과거와 다른 결과들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실제로 자신의 세 딸들도 이런 방식으로 길렀다. 손녀들도 백화점에 풀어놓고 알아서 마음껏 돌아다니라고 하는 자유분방한 교육방식으로 딸 들에게 핀잔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장녀인 수잔 워치츠키는 현재 유튜브의 CEO이며, 둘째 딸 자넷 워치츠키는 미국 최고 의대 명문인 UCSF의 소아과 교수, 그리고 막내 딸 앤 워치츠키는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유전자 데이터 스타트업인 '23andMe' 창업자가 됐다. 그녀의 이런 교육방식을 적용한 실리콘밸리 팔로알토 고등학교의 저널리즘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가장 큰 프로그램이다.
윤송이 이사장도 학원과 같은 사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성적이라는 잣대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교육이 필요한 아이들도 있겠지만, 모든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은 각자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신 학생 각자가 열정을 갖는 문제가 있으면 그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협력자로서 교육이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 이사장은 이런 교육의 문제를 풀기 위해 NC문화재단이 하고 있는 '프로젝토리' 라는 창의교육공간과 같은 노력들도 소개했다. NC문화재단은 엔씨소프트의 사내 보육시설 '웃는땅콩'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제도권 교육으로 유입된 이후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기 힘든 환경이라는 불만을 갖게 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프로젝토리'를 만들게 됐다. 여기서는 어른과 아이 구분없이 모두가 동료다. 각자 스스로 정한 닉네임을 사용하는 등 상하 구분이 없는 소통을 위해 수평어를 사용한다. 오로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독립적이며 창의적 생각들을 펼쳐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에스더 워치츠키는 "학습과정의 20%만이라도 학생들이 성적 걱정없이 뭔가를 할 시간을 주면 어떨까?"라고 물었다. 그는 "아이들은 0~5세 사이 모두 독립적인 사고들을 한다"며 "하지만 성적을 올리기 위해 지시를 받으면 그런 독립성들이 사라져 간다"고 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한 의존적인 교육은 의존적인 아이들을 낳을 뿐이다. 그는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해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비록 그 새로운 것이 실패하더라도 부끄러워 하지 않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문화 속에서 기계가 못하는 창의적인 것들이 싹틀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처음 만들어 졌을 때 20% 룰이라는 방식으로 구성원들이 독립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만든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윤송이 이사장은 우리 모두 각 가정 내에서 아이들의 독립적 생각을 고취시키는 노력들을 실천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미국의 여러 연구기관들과 평등과 포용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걸 듣고 자랐다. 그러자 아이들은 자연스레 포용성에 대한 자신들만의 독립적 생각을 갖게 됐다. 어느날 윤 이사장이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발 사진을 보며 여성으로서 아름다운 발을 갖고 싶은 욕심을 희생한 것에 대한 경외감을 나타내자, 아들이 나타나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예쁜 발을 갖고 싶은게 반드시 여성만은 아닐 거에요." 그는 "아이들은 원래 독립적이고 창의적이다. 부모는 단지 그걸 꺾지 않고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키우는 문화의 결과는 거대하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대표적 사례다. 에스더 워치츠키는 멕시코에서 온 자신의 학생 중 한명이 스탠퍼드 대학교 입시에 실패하자,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에 지원해 보라는 조언을 해 줬던 사례를 소개했다. 그 학생은 와이컴비네이터에 들어가 공동창업자를 만났고, 둘은 전 세계의 물건배송을 혁신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들이 만든 스타트업인 'Nowports'는 멕시코의 몬테레이에서 기업가치 2억 달러 이상을 인정받았다. 창업자는 아직 22살이다. 좋은 학교에만 가는 것이 길은 아니다.
윤송이 이사장은 모든 사람들이 같은 문제에만 몰두하고 같은 방식으로만 사고한다면 이런 거대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나타날 수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사람마다 다른 장점들이 있고, 다른 열정이 있다. 그는 "그들 모두가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응원을 받고 용기를 얻게 될 때에만 실리콘밸리와 같은 거대한 생태계가 비로소 성공적으로 작동하게 되며, 그렇게 될 때에 비로소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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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더 워치츠키. [사진 제공 = NC문화재단] |
윤 이사장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이 마음껏 물건들을 어지러뜨리며 서로 다른 물건들을 갖고, 기존의 질서들과 명령들을 무너뜨리는 용기와 창의성을 갖추게 하는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NC문화재단이 이런 공간을 더 많이 만들어서 누구나 그 공간에 누구나 들어와서 자신들의 독립성과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끔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인간중심 인공지능 센터'(HAI)를 비롯해 하버드, MIT 등에서 인간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개발의 윤리 연구를 후원하는가 하면,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창의교육공간인 '프로젝토리'를 만드는 등 인공지능이 등장할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모델을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 사람은 10월 20, 21일 양일간 NC문화재단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창의성, 일상의 모든 순간'에 등장해 못다한 이야기들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에스더 워치츠키는…
에스더 워치츠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교육혁신으로 유명한 강연자이자 작가이다. 자기주도적 학습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교육방식을 내세워 실리콘밸리 스탠퍼드 대학교 인근의 팔로알토 고등학교에서 '미디어 아트' 프로그램을 미국 전역 최대규모의 저널리즘 프로그램으로 키워냈다. 2020년부터 아이들이 직접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서 다른 친구들을 가르쳐 주는 형태로 창의성과 독립적 사고를 키워주는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 'tract.app'을 자신의 제자와 함께 설립했다. 세 딸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사업가이자 의사, 교수들이다. 첫째 딸
[대담 = 신현규 글리터 공동창업자 / 정리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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