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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 내 직원들 휴게 공간 [사진 = 독자제공] |
"이럴거면 뽑지나 말아야죠. 1년 미만 직원 중엔 퇴직금은 커녕 실업급여를 못받는 사람도 있어요. 근무한 지 180일이 채 안돼서..."
"결국 돈 관리하는 부서만 남겠죠. 재경 총무 구매팀. 대리점주들 채권 문제랑 정리할 게 많으니..."
회사가 돌연 사업 종료를 결정하면서 직원들은 혼란 그 자체였다. 오너가 결정에 따른 뒷정리는 오로지 직원들의 몫이 된 듯하다고 했다. 그마저도 가이드라인이 없어 우왕좌왕. 날벼락 같은 해고 소식에 충격에 빠진 '푸르밀' 직원들이었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 앞에는 찬바람이 '쌩' 불었다. 푸르밀 본사는 영문초등학교와 고층 아파트들 사이에 둘러싸인 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의 줄임말)' 단지 옆에 위치한 4층짜리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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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 [사진 = 방영덕 기자] |
이 중 푸르밀 사측은 지난 17일자로 전직원에게 정리해고를 통지했다. 매출감소와 누적된 적자가 이유였다.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푸르밀의 직원 수는 354명이다.
정리해고 대상은 일반직, 기능직 전 사원(푸르밀 전 임직원)이며, 사업종료 및 정리 해고일은 11월 30일이다. 전주와 대구 공장도 내달 25일까지 최종생산을 마치고 30일로 영업을 종료한다.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게 된 이들의 심경을 듣기 위해 찾아갔지만 직원들을 마주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본사 내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점심시간이 돼서야 두세명씩 직원들이 회사 밖으로 나왔으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웠고, 기자에 대한 경계심이 컸다.
그러나 이내 회사를 좀 벗어나자 직원들은 오너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 직원은 "어떻게 우리와 논의 한 번 없이 해고 통보를 할 수 있냐"며 "그것도 이메일 달랑 한통으로 해버리다니 직원들을 도대체 뭘로 보는 것인지 부아가 치민다"고 말했다.
푸르밀은 올해 초부터 직원들의 '퇴사 러시'를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남아 있거나 최근 입사한 직원들은 매각 과정을 거쳐서라도 회사가 다시 잘 될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오너가의 결정에 실오라기 같았던 희망이 하루 아침에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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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 내 직원들 휴게 공간 [사진 = 독자제공] |
실제로 푸르밀 본사 내 신동환 대표의 집무실은 물론 회의실, 직원 휴게실 곳곳에는 수백점의 피규어들이 전시돼 있다. 신 대표가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에서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나누고자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해고 통보 후 경영진이 '유종의 미를 거두라'는 취지로 사업 종료 뒷처리를 지시한 것을 두고 황당해했다.
한 직원은 "대리점주들과 협력업체에서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사업종료를 하더라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사전 준비라는 것을 해야하는데, 정말로 아무 것도 없다.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는냐"고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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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 [사진 = 방영덕 기자] |
당장 생계를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대한 걱정이 직원들 사이 컸다. 50대 중반 직원은 "이 나이에 어디로 이직할 수 있겠냐"며 "급여 삭감에도 버텨왔는데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게 생겼다"고 말했다.
20대 직원은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말씀 안 드리려고 했지만 뉴스를 보고 먼저 연락을 주셨더라"며 "일한 지 6개월이 채 안돼 퇴직금은 커녕 실업급여도 못 받아 앞으로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푸르밀 직원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 청산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 "실제로 그럴 것 같다"고 수긍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푸르밀 법인을 청산하면 그 동안 영업손실에 따른 법인세 면제 혜택을 다 반납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그 면제 혜택이 수백억원대에 이른다고 하던데, 그래서 임직원만 내보내고 법인은 유지하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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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 [사진 = 방영덕 기자] |
지난해부터 신준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회사를 단독 경영해왔다. 장녀인 신경아 푸르밀 이사는 대선건설 대표이기도 하다. 신 이사는 2010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결혼했다.
푸르밀의 대표 제품으로는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가나초코 우유' '비피더스' 등이 있다. 2016년만 하더라도 매출 약 2700억원에 50억원의 이익을 냈던 푸르밀이지만, 이후 우유 소비 감소와 브랜드 경쟁력 약화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푸르밀은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으로 적자폭을 날로 키웠다.
신 대표는 지난 17일 사업 종료 및 정리해고 공고문을 통해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
고용노동부는 푸르밀이 갑작스럽게 사업 종료를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임직원 전원 해고 통보를 한 사태와 관련해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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