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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카오 개발자들 사이에선 "의욕이 저하되고 있다"며 카카오의 근로 수당 체계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해 카카오 서비스가 일제히 먹통이 된 상황에서 복구를 위해 주말까지 반납하고 밤낮없이 대응을 이어간 서버 엔지니어들이 특히 그러한데요.
이유는 다름 아닌 카카오가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격주 놀금제도' 때문입니다. 격주 놀금제도는 말 그대로 2주에 한 번 금요일을 쉬는 날로 지정해 그 주는 주 4일만 근무하는 제도입니다.
아마도 격주 단위로 하루씩 매달 이틀이나 더 쉴 수 있는데 무슨 불만이냐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게 놀금에 쉴 수 없을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놀금에 일하는 사람이나 쉬는 사람이나 수당이 동일하다면 말이죠.
가령 놀금이나 토요일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초과 근무'의 기준이 놀금까지 포함한 전체 시간(월 160시간)을 기준으로 책정되다 보니, 추가 수당을 받으려면 주5일 근무시간을 채운 다음에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 측은 "주 5일 4주간 총 160시간을 기준으로 놀금이 2번 있다면, 총 16시간을 적게 일해도 된다"면서도 "그러나 놀금 때나 토요일까지 일할 경우엔 그 16시간을 넘겨야 추가 수당이 반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격주로 금요일에 쉬어도 되지만 그 시간만큼 일한다고 수당을 더 주는 것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물론 이것과는 별개로 야간이나 일요일과 같은 휴일 근무 시에는 별도의 수당이 지급됩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의 한 엔지니어는 "놀금이 있는 주의 경우 타 파트 직원들은 금요일에 놀지만, 우리는 대응을 해야 할 때가 적지 않다"면서 "결국 월 단위 16시간을 채워야 별도 수당이 생기는 것인데 직원 간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 아니냐"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직원도 "월 16시간을 모든 직원이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의욕이 저하될 때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굳이 주말을 반납하고 일을 할 때면 열심히 해야 겠다는 마음이 안든다"고 전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카카오는 이번 대규모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추가 근무한 직원들을 포상하겠다며 내부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특별근로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카카오 관계자는 "지금도 격주 놀금 때 일해도 조직장 재량으로 특별 휴가를 부여하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이번 사태의 엄중함과 긴급함을 감안해 한시적인 특별근로수당을 지급할 예정"이
향후 카카오는 파일럿 형태로 운영 중인 현 근무제도와 관련한 직원들의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내년도 근무 형태를 확정 짓게 됩니다. 아무쪼록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격주 놀금제가 반쪽자리 제도가 되지 않길 기대해 봅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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