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일어나지 않아 다행?"…'제빵공장' 사고에 쏟아진 질타

↑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열린 `제빵공장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사고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청년 근로자가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숨졌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지는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철저한 원인 조사와 경영 책임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SPC그룹 역시 허영인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 유가족에 대한 사죄의 뜻을 전하고,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17일 평택 팽성읍 추팔산단 SPL 평택공장 정문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예견된 사고로 20대 꽃다운 청년이 황망하게도 생을 마감했다"며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번 중대재해에 대해 철저한 원인 조사를 통해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말했다.
강규혁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은 "이번 사고에 앞서 지난 7일 있었던 유사 사고에서 관리자들은 3개월 계약직 직원이 다치자 약 30분간 세워놓고 사고의 잘잘못을 따지면서 방치한 뒤 의무실로 옮겼다"며 "우리는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 한 달 치 교육 이수 서명을 허위로 하면서 안전하지 못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전 불감증에 빠진 회사에서 '저 사고가 나한테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일하는 건 너무나 잔인하다"며 "이번에 숨진 내 20대 동료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와 관련 SPC그룹은 17일 오전 허영인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사과문에서 허 회장은 "저희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 드리고, 슬픔을 딛고 일어서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열린 `제빵공장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청년 근로자가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숨졌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께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는 A(23) 씨가 소스 배합기 기계에 몸이 껴 숨졌다. 현장에는 다른 직원 1명이 더 있었으나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입사 2년 반밖에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었다. 또 충남 천안에 거주하면서 어머니와 남동생의 생계를 부양하는 '20대 가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유감을 표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노동부 관계자들도 전날 사고 현장과 빈소를 찾았다.
노동부는 15일 사고 이후 작업 중지를 명령했다. 현재 사업장 측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 SPL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일각에선 SPC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들은 트위터 등 SNS에 '#SPC 불매' 태그를 걸어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배스킨라빈스, 쉐이크쉑버거,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등을 언급, "사지도 먹지도 않겠습니다"란 글을 퍼나르며 불매의사를 보이고 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