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다음달 사업을 종료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매각 시도가 불발된 데다 유제품 위주의 사업에 회생 가능성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최근 거래처에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 내부 사정으로 유(乳)사업을 종료한다"며 "다음달 25일 푸르밀 전주·대구 공장에서 최종 생산한 뒤 11월 30일 영업을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푸르밀 관계자는 "유사업 종료 메일을 보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30일 전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매각 시도가 무산되자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이 특히 푸르밀이 보유한 콜드체인에 눈독 들였지만 설비가 노후화된 탓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푸르밀 인수 철회를 공식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후의 보루였던 매각 시도마저 무산되자 푸르밀이 사업을 계속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푸르밀은 시장 경쟁력도 부족한 상태다. 푸르밀은 매출의 100% 가까운 수준을 유제품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주요 유업체들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유제품 사업에서 점진적으로 손을 떼고 단백질 음료, 대체유 등에 집중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푸르밀은 신사업으로 2020년 건강기능식품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시장에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시장 대응 실패로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푸르밀은 2012년만 해도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가나초코우유' 등 히트작을 내며 연매출 3000억원을 찍었다. 하지만 2018년 초 신준호 회장과 그의 차남 신동환 대표가 공동 대표로 취임하면서 푸르밀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신 대표 취임 직전인 2017년 매출은 2575억원에서 취임 첫해인 2018년 2301억원으로 하락했다. 2018년 영업이익은 10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이후 적자 폭 늘리며 지난해 매출 1800억원, 영업손실 12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 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
푸르밀은 1978년 설립돼 30년간 롯데그룹 계열사로 있던 롯데우유가 모태인 기업이다.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리됐을 때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 회장이 100% 인수했고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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