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윤환 금촌고시원장(사진 왼쪽)이 KT그룹 희망나눔재단으로부터 `희망나눔인상`을 받고 고시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 원장은 "각종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재단 지원으로 올 연말을 따뜻하게 버틸 수 있게 됐다"고 안도했다. [사진제공 = KT그룹 희망나눔재단] |
오윤환 금촌고시원장(68·사진 왼쪽)은 14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서민경제가 얼마나 힘든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챙겨야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에서 20년째 '금촌고시원'을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운 입주자에게 무료로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이 아닌 민간 고시원이다보니 정부와 지자체 어느 곳에서도 이 같은 선행에 별도 지원을 해 준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한 대기업 재단에서 온정의 손길을 만나게 됐다. KT그룹 희망나눔재단이 치솟는 식료품값 등으로 운영에 애를 먹는 고시원 사정을 파악하고 수 백만원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오 원장은 "민간 고시원에서 무료로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밥과 잠자리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이 많는데 재단의 지원으로 올 연말까지 치솟는 운영비 부담을 덜게 돼 천만다행"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언론사 기자 출신인 오 원장은 서울 S신문사에서 근무하다 IMF 때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회사를 나왔다. 퇴직 후 돈을 아끼기 위해 점심을 굶었던 어려운 기억이 금촌고시원 설립 후 방세를 못내는 입주자들을 껴안고 함께 가는 운명의 끈이 됐다.
현재 40여명이 머물고 있는 고시원 입주자 대부분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이웃들로, 3~4명은 아예 월세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정부에서 어려운 이들에게 한달에 23만원 안팎의 주거급여비를 지원해요. 근데 그 돈을 받은 분들이 과연 이 돈을 주거급여비로 쓸 수 있을까요. 아픈 몸을 치료하고 약을 사는 데도 빠듯할텐데 어떻게 방세가 우선일 수 있나요."
처음엔 자신의 생계를 위해 고시원을 시작했다가 이런 이유로 매년 800만원의 자비를 들여 고시원을 빠듯하게 끌어왔다고 오 원장은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인건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 입주자들에게 제공하는 식사 준비와 실내청소 등 제반 업무를 대부분 스스로 챙기고 있다. 이곳에는 입주자들이 두고 간 짐도 수북이 쌓여 있다. 월세를 못내고 미안한 마음에 사라진 사례들로, 오 원장은 이들이 다시 고시원을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 짐을 온전히 보관하고 있다.
"언제까지 고시원을 할 것이냐고요? 조금만 도
돈 없는 국민들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죽비소리처럼 칠순을 앞둔 오 원장의 목소리는 활력과 결기로 가득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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