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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
영원할 것 같았던 분위기는 올해 2분기쯤 접어들며 급격히 달라졌다. 코로나 경기 부양책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시행한 양적완화 정책은 전례없는 인플레이션으로 되돌아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돌발 변수가 되어 글로벌 에너지 식량 가격을 끌어올렸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고강도 긴축정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강력한 통화정책에도 공급망 위기에 따른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미국 경기가 경착륙하고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반토막난 실적을 발표했으며 메타와 아마존 등 굴지의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마저 급락했다. 시중 자금이 안전 자산인 달러나 미국 국채로 쏠리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30% 가까이 하락했다. 투자 열기는 식어버리고 상장기업은 물론 유니콘 기업 등 유망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벤처캐피탈(VC)은 돈줄을 죄기 시작했고,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스타트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파티는 끝났다.
비단 스타트업 업계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자신감 넘쳤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주식시장서 치솟았던 기업가치를 반납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은 인원 감축에 나섰고, 구글, 아마존 등은 기존 사업을 면밀히 분석하고 추진중인 신규 사업은 우선 순위를 정해 속도를 조정하며 신규 인력 채용도 대폭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생산성 향상과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피벗, 효율화, 사업개편 등의 노력에 있어서도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앞서 아마존은 물류창고를 줄이고 있으며, 구글은 픽셀북 차기 제품 개발 중단 및 클라우드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고, 메타는 스마트워치 개발을 전격 중단했다. '스냅챗'으로 잘 알려진 스냅은 최근 출시 4개월만에 셀카 드론 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에서도 예외없이 감지되고 있다.
한때 '국민주'로 추앙을 받으며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연초 대비 45% 하락하며 코스피보다도 훨씬 더 많이 빠졌다. 우려를 딛고 힘들게 상장한 쏘카는 불과 한달 만에 공모가 밑으로 40% 하락했다. 승승장구하던 수산물 당일배송 플랫폼 '오늘회', 앱 사용자 분석 스타트업 '유저해빗' 등이 자금난을 겪다 전 직원에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사업을 중단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업계는 스타트업의 줄폐업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비교적 유동성이 충분한 잘 알려진 스타트업들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저마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유동성에 기대 외형적 확장에 힘써왔다면 이제 내실을 따지고 우선순위를 정해 사업을 효율화하고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비전펀드로부터 2000억원 투자를 유치해 주목을 받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뤼이드'가 기술과 제품에 대한 전략을 재점검하고 조직구조를 개편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 16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회사의 행보는 스타트업 및 투자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불확실성 속에 충분한 실탄이 있음에도 민첩하고 유연한 대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단지 채용을 중단하고 신규사업을 보류하는 방어적 버티기는 의미가 없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유력 경제학자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한다. 사업 규모나 업계를 불문하고 글로벌 기업들은 불확실한 외부 환경 속 성장과 생존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결정 하나하나는 다수의 이해관계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벼울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과감한 움직임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경
위기는 언제나 있었고 기회는 어디에나 있다. 미래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를 제공한다. 진정한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차의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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