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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고채 [사진 = 연합뉴스] |
30일 WGBI를 관리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은 한국을 WGBI 관찰대상국(와치리스트) 등재했다고 발표했다. 러셀그룹은 이날 "한국 당국이 시장 구조와 한국 자본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제안한 여러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라며 "시장 접근성 수준이 개선됐는지 평가할 수 있도록 제안된 개혁이 이행됐는지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피드백을 수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내년 최종 편입에 성공하면 외국인이 쥐고 있는 외국인이 쥐고 있는 전체 원화채권의 43%인 최대 100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여 향후 외환시장 안정에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올 들어 기조적으로 하락하는 원화값을 안정시키는데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WGBI는 러셀그룹이 관리하는 채권지수로 미국, 일본, 영국 등 23개 주요국 국채를 아우르기 때문에 선진국 국채 클럽으로 불린다. 이를 추종하는 자금만 2조5000억 달러(약 3478조원)에 달한다.
러셀그룹은 특정국 투자 환경을 평가해 매년 3월과 9월 와치리스트를 발표한다. 일단 리스트에 올라가면 실제 제도 운용 현황 등을 검토해 다음해 9월 연례심사에서 최종 편입을 결정한다.
이날 한국이 와치리스트에 오르면서 WGBI 편입 1차 관문을 통과하게 됐다. WGBI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정량조건과 정성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발행잔액 액면가 500억달러 이상,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기준 신용등급 A- 이상 등 정량조건은 달성했다.
문제는 외국인이 얼마만큼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정성조건이다. 외국인 투자에 제한이 없는 시장 환경(레벨2)을 만들어야 낙점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한국은 '일부 제한이 있는 상태'(레벨1)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는 레벨2를 따기 위해 올해 세법을 고쳐 외국인의 국고채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세율 14%)을 면제하고, 외국인 전용 계좌(국채통합계좌)를 만들어 보다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영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외국인 채권 투자에 과세하지 않는다. 일본과 호주, 싱가포르, 중국은 채권 비과세 조치를 단행해 WGBI에 편입됐다.
한국이 WGBI에 최종 편입되면 이를 추종하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국내 채권 몸값이 올라가며(채권금리는 하락)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한국 국채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장벽도 제거할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편입 성사시 50~6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연간 5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의 이자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보다 효과가 강력할 것으로 봤다. 하이투자증권은 선진채권지수에서 한국 비중을 2.3%로 추정하며 편입 후 12~18개월간 580억~700억달러(80조~97조원)의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기준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231조8200억원이다. 현재 외국인이 쥐고 있는 원화채권의 23~45%에 달하는 자금
WGBI 최종 편입 여부는 내년 결정되지만 와치리스트에만 등재돼도 투자 심리 개선으로 원화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이 고강도 금리인상에 나서는 등 내년 이후로도 원화값 약세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 역시 지배적이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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