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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갸 지난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확실하게 잘 처리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가격이 전년보다 5% 넘게 떨어지거나, 초과 생산량이 3%이상이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과잉생산된 쌀을 격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격리'는 정부가 쌀을 매입해 보관 후 재판매하는 걸 의미합니다.
정부, 여당은 개정안을 '쌀 의무매입법'이라 부르며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쌀 매입에 1조원 이상 국가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쌀 45만t을 매입, 시장에서 격리한다는 내용의 '쌀값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미봉책'이란 지적이 많습니다. 과잉 생산 구조를 고착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벼를 대신할 대체작물을 심는 방법을 농민들에게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벼 농사를 짓던 농가들은 다른 대체작물 농사를 짓는 걸 꺼려한다고 합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죠.
다른 적절한 해결책이 없다면 주조용 벼, 즉 술을 만들기 위한 벼를 심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박재범 소주를 취재하다 알게된 사실인데 박재범 원소주는 내년 강원도 원주쌀 1만t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박재범 소주를 만들고 있는 원스피리츠 관계자는 "현재 박재범 소주는 공급이 부족해 못파는 상황"이라며 "내년 국내 판매를 위한 쌀 구매량을 보수적으로 5200톤으로 잡고 있으며 수출물량까지 감안해 1만톤 구매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소주시장의 99%를 점유하고 있는 참이슬, 처음처럼 등 희석식 소주의 올 상반기 국내 쌀 구매량은 7000t에 불과합니다. 이들 소주는 원재료가 수입산 타피오카 등이기 때문입니다.
박재범 소주, 화요, 일품진로 등 증류식 소주의 소비가 늘어나면 한국 쌀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증류식 소주는 대부분 국산 '쌀'을 원료로 만듭니다.
쌀 1만t은 원주에서 1년간 생산되는 쌀 전량을 구매하는 수준입니다. 올해 원스피리츠와 계약을 맺은 원주 농협은 쌀이 부족할 경우 문막 농협, 소초 농협, 남원주 농협 등 인근 지역 쌀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족분을 채운다는 계획입니다. 쌀 풍년으로 농민들의 쌀 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원주농협은 내년에도 안정적인 쌀 판매처를 확보한 셈입니다.
물론 주조용 벼를 심기 위해서는 벼 품종 개발이 선행돼야 합니다.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포도 품종은 사람이 먹는 포도 품종과 다릅니다.
일본은 사케에 '쌀'을 많이 사용합니다. 사케를 만들기 위한 벼 품종 개발도 많이 돼있다고 합니다.
주류 칼럼니스트인 명욱 숙명여대 교수에 따르면 일본 사케를 만들기 위한 벼 품종이 100종이 넘는다고 합니다. 또 전체 쌀
쌀 과잉 생산구조를 바꿀 근본 대책을 고민해야 때인 것 같습니다. 남는 쌀 매입비용인 1조원의 국가예산을 반도체 투자에 사용하거나 다른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데 쓴다면 국가 경제에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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