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늘어나더니…작년 정부·공기업 지출 1000조 돌파

↑ 공공부문 주요 재정지표 [자료 출처 = 한국은행]

지난해 정부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에서의 지출이 사상 최초로 1000조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입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보다 늘면서 전체 적자폭은 축소됐지만,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한국전력공사 등 비금융공기업의 수지는 21조 적자를 기록해 적자폭이 더 커졌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공공부문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일반정부 및공기업) 총지출은 1022조3000억원으로 처음으로 1000조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지출은 2020년 947조4000억원이었는데 꾸준히 늘더니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지원을 위한 최종소비지출과 이전지출 등이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74조9000억원(7.9%) 더 늘어났다.
다만 공공부문 총수입도 조세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사회부담금 수취도 늘면서 986조6000억원을 기록해 2020년(889조원)에 비해 11.0%(97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지난해 공공부분의 수지(총수입-총지출)는 35조7000억원 적자로 2020년(58조4000억원 적자)에 비해 적자 폭이 축소됐다.
공공부문 중 일반정부의 총지출은 지난해 787조1000억원으로 2020년(740조원)에 비해 6.4%(47조1000억원) 증가했다. 최종소비지출, 사회수혜금, 경상이전지출이 증가세 지속하면서다. 일반정부 총 수입은 771조6000억원으로 2020년보다 12.2% 증가했는데 국민연금 등 사회부담금 수입이 증가세를 이어갔고 법인세 등 조세수입(458조3000억원)이 2020년보다 65조7000억원 더 크게 늘었다.
일반정부를 부문별로 보면 중앙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지출이 2020년에 이어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조세수입이 증가해 57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 적자폭이 축소됐다. 지방정부는 그러나 지방정부(3조9000억원)와 사회보장기금(37조6000억원)이 흑자를 기록하면서 수지는 15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적자폭은 2020년(52조3000억원 적자)에 비해 두 배 이상 줄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비금융공기업의 지난해 총수입은 190조1000억원으로 2020년(173조원)에 비해 9.9%(17조1000억원) 증가했다. 유가가 오르면서 늘어난 중간 비용을 일부 전가 시키면서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매출액이 올라간 영향이다.
그러나 총지출(211조1000억원)도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간소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2020년(180조2000억원)에 비해 17.1%(30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비금융공기업 수지는 21조원 적자로 적자규모가 2020년(-7조2000억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다만 총지출에는 재료비 등 경상적 지출뿐 아니라 고정자본형성 등 투자지출을 포함하고 있어 기업회계에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당기순이익과는 다른 의미다. 공공부문 계정은 각각 자국 통화, 명목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국제 비교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이용해 비교해야 적절하다. 지난해 한국의 공공부문 수지는 35조7000억원 적자고, 명목 GDP는 2071조7000억으로, 비율은 -1.7%다. 사회보장기금을 제외한 공공부분 수지는 명목 GDP대비 -3.5% 수준이다.
이인규 한은 지출국민소득팀장은 "OECD 회원국 평균 비율은 -7.4%인데, 한국의 비율은 -0.8% 수준으로 GDP 대비 수지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며 "지난해에는 코로나 대응을 위한 정부지출이 늘어나는 추세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도 적자를 지속했지만, 경제가 회복하면서 2020년보다 적자비율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