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울 때 빨리 닳는 배터리…원인은?

추운 날씨에 유독 스마트폰 배터리는 빨리 닳는다. 원인은 배터리 내부 저항이 증가하며 배터리 용량이 감소하는 것. 그러나 이러한 작용이 아직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추운 날씨의 배터리 성능저하 원인 규명에 한 걸음 다가섰다. 13일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조민행 분자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장(고려대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저온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전해액의 용매 구조를 상세히 규명했다고 밝혔다.
리튬이온 배터리 내에서 리튬이온이 전해액에서 전극으로 이동하는 '탈융매화' 과정의 초기 구조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저온에서의 배터리 성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초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리튬이온을 중심으로 4개의 분자가 있는 4배위의 정사면체 구조로 리튬이온 용매가 이뤄진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리튬이온 용매 구조가 정사면체일 때는 설명할 수 없는 실험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상온부터 영하 33.15도까지 온도를 변화시키며 리튬이온 용매 구조와 이온화 과정을 관찰했다. 결과 리튬이온 용매 구조는 환경에 따라 3배위, 4배위, 5배위 등 다양한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조 단장은 "기존 리튬이온 용매 구조에 대한 지배적인 통념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라며 "향후 저온에서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새로운 배터리를 설계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속으로 전해액에 첨가제가 있는 상황까지 반영해 용매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의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피지컬 케미스트리 레터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정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