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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런 애쓰모글루 [매경DB] |
애쓰모글루 교수는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애쓰모글루 교수가 한국개발연구원(KDI)·기획재정부·한국수출입은행·코트라(KOTRA)가 공동 주최한 '2022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한 후 진행됐다. 그는 "한국의 진짜 문제는 정치 분열"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쌓아온 힘을 기반으로 사회적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한국의 힘은 민주주의를 일궈낸 역사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는 "독재주의에서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해냈고, 이 과정에서 학생·노동운동이 발전했다"며 "한국은 군부 정권에 반발해 민주주의를 구현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현재 매우 활발한 민주주의를 운영하고 있고, 권력이 여러 정당과 단체에 분산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경제와 관련해서 그는 "개방 경제에 있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며 "대기업이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과거에 비해 재벌의 역할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수의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 체제에서 더 폭넓은 경제 주체를 기반으로 한 경제 전환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한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르다며, 성장을 계속하려면 일자리 창출과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는 인구 구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빠른 (경제적) 성공을 이뤘다"면서 "향후에도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이 또 잘해온 게 바로 미래 인력 교육"이라며 "(교육이) 디지털 분야에만 집중되는 게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중국을 "부상하는 권력"이라고 표현하며, 중국의 외교적 방침이 한국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최근 10년간 반(反)서방 국가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를 지지한다"며 "이는 한국과 같은 중립국에는 상당한 위협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현재 국제기구의 자율성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적 차원에서 보다 강력하고 자율적인 국제기구가 필요하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도 더 자율적이어야 하
애쓰모글루 교수는 국가 성장의 요소를 역사적으로 분석한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이름을 알렸다. 국내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 책을 인생의 책으로 꼽으며 화제가 됐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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