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고향에 타고 갈게요"…'금의환향車' 그랜저, 레임덕 없는 '1위'[왜몰랐을카]

↑ 6세대 부분변경 그랜저 주행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 그랜저가 '성공' 이미지에 힘입어 '6년 연속 국민차'라는 대기록 수립을 향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랜저는 올 1~8월 4만5055대 판매됐다. 국내 승용차 중 판매 1위다. 2위는 4만4391대 판매된 기아 쏘렌토다. 경쟁차종인 기아 K8은 2만9108대다.
올들어 그랜저는 극심한 생산차질과 판매부진에 10위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3월 1위 자리를 되찾았다. 4월엔 3위로 내려갔다가 5월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1위 자리를 되찾았다.
6세대 그랜저가 본격 판매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국내 판매 1위를 달성한 그랜저는 국민차 타이틀을 노리는 쏘렌토를 제치면서 '6년 연속 1위' 타이틀에 한발 더 다가섰다.

신형 그랜저 계약전환 6만명 돌파

↑ 그랜저(왼쪽)와 K8 [사진출처=현대차, 기아]

그랜저는 올 4분기 완전변경(풀체인지)된다. 일반적으로 완전변경 모델 출시가 임박하면 구형이 될 모델은 판매가 줄어든다. '레임덕'이 발생한다.
6세대 부분변경 그랜저는 레임덕 없이 7세대 그랜저에 국민차 자리를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 출고가 밀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대란과 부품 공급 문제, 전기차 생산라인 구축 등으로 그랜저 2.5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고 대기기간은 각각 5개월과 10개월 이상이다. 올해 안에 출고가 어렵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대기 소비자가 원하면 순번을 유지한 채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신형 그랜저로 계약을 전환해주고 있다.
지난 7월말 전환을 원하는 소비자는 3만명, 지난달 초에는 4만명, 이달 초에는 6만명을 넘었다.
신형 그랜저는 공식적인 사전계약 없이도 올 1~8월 판매대수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둔 셈이다.

기업체 임원차로 '성공' 이미지 굳혀

↑ E세그먼트 대표차종인 벤츠 E클래스 [사진출처=벤츠]

현대차 그랜저의 첫 번째 인기비결은 '성공'이다. 그랜저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처럼 E세그먼트(Executive cars, 프리미엄 중형·준대형차급)에 해당하다.
E세그먼트 세단은 더 럭셔리하지만 부유하지 않으면 구입하기 어려운 F세그먼트(럭셔리카급)의 대형 세단보다 많이 팔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추 역할을 맡는다.
'이그제큐티브(Executive)'는 경영진, 중역, 고급이라는 뜻이다. E세그먼트는 성공한 직장인이 오너드리븐(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차)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처럼 여겨진다.
그랜저는 '웅장, 위엄, 위대함'이라는 차명에 어울리게 1986년 첫선을 보인 이후 30년 넘게 국산차를 대표하는 '성공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기업 임원차로 인기를 끈 게 한몫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법인 구매비중은 44%에 달했다.

6세대부터 오빠차·엄마차로 인기

↑ 그랜저 세대별 모음 [사진출처=현대차]

그랜저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고객층을 넓혀나가고 있다. 1~3세대에서는 50대 이상 '사장차'로 인지도를 쌓았다. 4·5세대에는 40~50대 '아빠차'로 거듭났다.
6세대 들어서는 젊어진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30~40대에게도 인기를 끌며 '젊은 아빠차' 또는 '오빠차'로도 여겨졌다. 6세대 부분변경 모델인 더뉴 그랜저는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며 '엄마차'로도 자리잡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그랜저는 남성 선호 차종 중 4위를 기록했다.
기아 쏘렌토,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 스포티지 다음이다. 남성 선호 세단 중에서는 1위다. 여성 선호 세단 중에서는 아반떼에 이어 2위다.
그랜저는 20대에서 50대로 갈수록 선호 차종 순위도 상승했다. 20대 18위, 30대 11위, 40대 7위, 50대 1위, 60대 2위를 기록했다.

독보적인 4000만원대 플래그십 세단

↑ 기아 K8 [사진출처=기아]

가격도 고객층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3000만원 중반~4000만원대에 살 수 있는 프리미엄 세단 대표주자다. 바로 위급인 제네시스 G80을 사려면 5000만원 이상 줘야 한다.
현대차 쏘나타 살 돈에 좀 더 보태면 더 넓고 안락하며 아빠들의 로망이었던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를 구입할 수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4000만원대 경쟁차종은 체급상 쏘나타급인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폭스바겐 파사트 정도다. 그랜저와 체급상 경쟁하는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6000만원 이상 줘야 한다.
기아 K7과 K8은 기업체 임원차로 성공 이미지를 탄탄하게 구축한 그랜저와 상대하기에 아직 역부족이다.

'금의환향 차' 설문조사 1위 차지

↑ 현재 판매되는 그랜저 [사진출처=현대차]

고객층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성공' 이미지는 유지하고 있다. 더 비싸고 더 넓은 제네시스 G80과 제네시스 G90에 '더 큰 성공' 이미지를 넘겨줬지만 성공의 아이콘으로 여전히 대접받고 있다.
'그랜저=성공' 등식을 알려주는 설문조사가 나온 적도 있다.
중고차 직영기업인 케이카(K car)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2020년 1월 발표한 '설 명절 고향 갈 때 타고 싶은 금의환향 자동차' 설문에서도 더뉴 그랜저는 45.2%라는 압도적인 응답률로 1위를 차지했다. 기아 K5, 쉐보레 트래버스가 각각 2위, 3위에 올랐다.
당시 그랜저를 "성공한 겨"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성공 대명사'로 연출한 TV 광고가 표심을 잡았다.
그랜저를 택한 응답자들은 "베스트셀링카, 국내 대표 세단 등 명성 있는 차라고 생각해서", "국산 동급 세단 중 가장 고급스럽고 승차감이 좋다", "3040대 성공의 상징" 등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7세대, 더 커진 플래그십 세단으로 진화

↑ 1세대 각 그랜저 [사진출처=매일경제DB]

현재 6세대 부분변경 그랜저는 레임덕 없이 7세대 그랜저로 '국민차 권력'을 이양중이다. 7세대 그랜저도 6만대가 넘는 전환계약으로 판매에 사실상 성공한 상태다.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이후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 역할을 담당하는 그랜저에 걸맞게 7세대는 크기가 커지고 성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