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70원대까지 치솟았다. 미국이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리는 초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원유·가스 등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며 달러 강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환율이 1400원을 뚫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초래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월 9.1%에서 7월 8.5%로 둔화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여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단 한 번의 월간 물가지표 개선만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에는 모자란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회의에서 최소한 한 번 이상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경제에 부담을 주더라도 일단 물가부터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연준이 확고하게 긴축 의사를 밝힌 후폭풍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중국의 경기 침체도 안전 자산인 달러 강세를 촉발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19'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코로나19가 조금이라도 확산하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것이 제로 코로나19 정책이다. 이로 인해 모든 경제 활동이 막힌다. 미국의 견제로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봉쇄는 주요 기업의 원자재와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매출이 감소하는 충격을 준다. 상하이 봉쇄로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또 다른 세계 경제의 축인 유럽도 상황이 좋지 않다.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유럽 경제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원화 값 이상으로 유로화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2002년 6월 이후 20년 2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거의 모든 주요 통화가 달러 강세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의미다. 당분간 강달러 기조는 '뉴노멀'이 될 것이다. 원 달러 환율이 얼마까지 오를 것인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행히 한국은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력으로 경제 펀더멘탈은 강한 편이다.
하지만 환율 급변동에 따른 위기에 대비는 해야 한다.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면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출할 수 있는데다 무역수지 적자 폭도 커진다. 수입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잡기 더 힘들어진다. 우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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