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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수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
올해는 신북방 12개국과 수교 3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이들 중에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않는 나라가 타지키스탄입니다.
필자가 지난 3월초 수도 두산베로 가는 비행기 차창에서 내려다보는 자연경관은 창조주가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었습니다. 물결처럼 구비치는 산자락과 만년설로 뒤덮힌 파미르고원…. 두샨베(타지키스탄 수도)도 천혜의 분지형 도시였습니다.
호텔 베란다에서 올려다보는 먼 산 자락도 하늘에서 내려다 본 것과 마찬가지로 수려했습니다. 이 나라 영토의 절반은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우는 파미르고원입니다. 물론 최고봉인 이스모일 소모니봉(7,495m)도 포함됩니다.
나흘간 방문은 중앙은행 총재를 포함한 장관 10명을 예방하는 빡빡한 일정이었습니다. 도착 첫날은 권동석 초대 대사가 주재국에 신임장을 제정하고 공식업무를 시작하는 날이었습니다.
수교 30년 만에 한국 대사관이 개설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역설적으로 양국간 협력사업이 산적함을 의미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교민 간담회를 시작으로 3월 5일 출국 직전 외무장관을 예방함으로써 공식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외무장관은 해외순방 중 잠시 귀국해 우리 대표단을 접견하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온몸이 나른해졌습니다. 그렇지만 만남의 포만감은 육체적 피로감을 갈음하고도 남았습니다. 열흘 전에 취임했다는 교육부 장관은 만사를 제쳐두고 첫 외국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했습니다. 그는 타지크스탄 인구의 70%가 30세 이하의 젊은층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어떤 국가보다도 인적 잠재력이 풍부한 나라였습니다. 라흐몬 대통령도 교육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를 원했습니다.
에너지·수자원부 장관은 "국가발전전략 2016-2030" 전반에 대해 약 40분간 강의식 브리핑을 했습니다. 그 열정에 탄복해 "지금 저한테 강의하십니까?" 조크를 던지자, 좌중이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수자원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발전량은 5%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95%는 한국과의 협력을 위해 남겨두었다(?)면서 투자를 은근히 압박했습니다. 교통부 장관은 타지키스탄이 내륙 고지대의 바다 없는 나라임을 강조하면서 철도‧도로‧항공 교통 분야의 5가지 협력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파미르고원에서 태어난 산업신기술부 장관은 해발 3,000~3,500m에서 자라는 약 5,400종의 약초와 파미르 관광자원, 알루미늄·석탄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첨단기술과 접목시켜 개발할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경제개발통상부 장관은 향후 5년을 '산업발전의 해'로 선포했다면서 2021년 기준 양국 교역량 5,200만 달러를 배가하기 위해 한국의 투자와 기술이 절실함을 토로했습니다.
국방부 장관은 독립 후 30년간 자주국방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제약요인이 적지 않았다면서, 군의 현대화를 위해 한국과 협력하길 희망했습니다. 보건사회보호부 차관은 WHO와 함께 보건분야 전략계획을 5년간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한국 측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중앙은행 총재는 한국의 선진화된 금융시스템 도입이 시급함을 강조했습니다. 외무부 장관은 타지키스탄 정부의 '대외개방정책'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양국간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그는 한국의 홍삼보다도 10배 이상의 효능이 있는 '황금의 뿌리'라는 약용식물이 해발 3,500m 고지대에서 다량 서식하고 있고 중국 측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귀뜸해 주었습니다.
한국과 타지키스탄은 '같음'이 적지 않습니다. 유사점은 역사와 문화, 풍속과 지정학적 여건입니다. 파미르고원의 6천년 역사는 단군 5천년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는 것입니다.
즉, 파미르고원에서 이동한 민족이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북방 이동설'의 고고학적 근거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주한 타지키스탄 대사는 자신의 조상들이 흰옷을 즐겨입어 백의민족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얼굴 외형도 비슷합니다. 몽골반점도 있습니다. 성실하고 정직하며 교육열이 높습니다.
타지키스탄은 바다없는 내륙국이지만,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주변국에 의해 포위당한 나라입니다. 동쪽으로는 중국, 남쪽으로는 아프간, 서쪽으로는 키르기즈, 북쪽으로는 우즈벡과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수평으로 뻗어나갈 수 없어 수직으로 치솟아 '세계의 지붕'이 됐을 것이라고 상상해봅니다.
'다름'도 많습니다. 한국은 OECD 1위의 저출산·고령화 사회이지만, 타직은 30세 이하의 인구가 70%을 차지하는 젊은 나라입니다. 인접국 키르기즈스탄과 비교해도 2배나 많고 젊습니다. 한국은 자원 빈국이지만, 타지키스탄은 자원 부국입니다. 중앙아 최대의 수자원과 알루미늄·석탄, 희귀광물, 목화, 농산물 등이 무궁무진합니다. 세계 10위권의 녹색에너지 보유국으로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타지키스탄 정부는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산업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타지키스탄이 상호호혜(Win-win)할 수 있는 협력의 공간은 매우 넓습니다. 수력발전, 디지털화‧자동화, 목화‧농산물 가공, 태양광 발전, 전기차, 도로‧터널 건설, 교통안전 인프라, 육로 물류센터, 국방의료, 제약, 관광 등 모든 분야가 블루오션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정부의 2021~25년 ODA 사업 중점협력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나흘간 머물면서 예상치 않게 많은 각료들을 만났고 무한한 국가 잠재력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90년 소련땅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구소련 전역을 무수히 누볐지만, 타지키스탄만 비켜갔습니다. 신이 가장 고귀한 보물을 가장 높
한국은 자원 빈국이지만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최단기간 내 산업화와 민주화, 세계화를 달성함으로써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선진국입니다. 하물며 자원 부국인 타지키스탄은 우수한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한다면 '파미르고원의 기적'을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됨으로써 우리 기업에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또다른 대안 시장으로 주목됩니다.
박종수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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