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복권으로 경영행보에 탄력이 붙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임직원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서 열린 삼성전자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서 직원들과 일일이 사진촬영을 했고, 24일에는 서울의 동쪽 끝에 있는 강동구 상일동의 삼성엔지니어링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재계 3~4세가 그룹 총수를 맡으면서 임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 부회장 또한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정유와 가스, 석유화학 관련 대형 플랜트를 짓는 회사입니다. 영어로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사업으로 부릅니다. 글자 그대로 대형 인프라 건설과 관련된 제반 산업을 의미합니다. 현재 삼성엔지니어링은 4조5000억원 규모의 멕시코 타바스코주 도스 보카스 정유 프로젝트와 1조4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등 해외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중입니다. 이 부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 방문을 사진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SNS캡처, 매경DB>
■ 8월 24일 AM 11:40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사옥 전경입니다. 이 곳에는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조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함께 있습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삼성엔지니어링 근무 인력만 4000여명에 달합니다. 삼성엔지니어링 본사가 있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은 서울의 동쪽 끝입니다. 건물 바로 옆으로는 중부고속도로가 지나갑니다. 이 길 너머는 경기도 하남시입니다. 서울에서는 다소 외지로 꼽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의 방문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당초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 관련 부문 경영진과 오찬을 할 계획은 있었는데, 장소를 갑자기 상일동 사옥 구내식당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이 부회장이 방문한다는 소식이 먼저 알려지면서 직원들이 로비로 쏟아져 나왔다고 하네요. 약 800여명의 직원들이 로비 등에 서서 이 부회장을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다고 합니다. 이 부회장 오른쪽에 나란히 걸어가는 사람이 최성안 사장입니다.
이 부회장이 로비를 지나가던 직원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직원의 휴대폰 화면이 커져있는 것으로 볼 때 사진촬영을 부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이 직원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셀카를 찍었을까요. 사뭇 궁금해집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셀카에 인색한 스타일이 아닙니다. 과거 교육기회가 적은 중학생에게 방학을 이용, 영어와 수학 공부를 도와주는 삼성의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인 드림클래스에 깜짝 방문해 학생들과 셀카를 찍기도 했습니다. 다들 마스크를 벗은 사진이라 조금 어색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 때가 2016년 1월이니, 사진 속 주인공들은 대학생이 됐거나 사회에 진출해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8월 24일 PM 12:00
이번 이 부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방문도 구내식당에서의 식사로 시작됐습니다. 지난번 기흥캠퍼스에서 라면을 먹은 이 부회장은 오늘은 밥을 선택했습니다. 메뉴는 '나고야식 마제덮밥'이라고 합니다. 마제덮밥은 매콤한 소스와 고기볶음, 야채를 더해 비벼 먹는 일본식 비빔밥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하시면 무궁무진한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식욕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니 늦은 저녁에 검색하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배식을 받아 이동하는 이 부회장의 발걸음은 언제나 그렇듯 가벼워 보입니다. 이 날 식사는 별도의 장소가 아니라 직원들이 먹는 곳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다고 합니다. 웰스토리가 운영하는 구내식당은 각 자리마다 칸막이가 높게 쳐져 있어 식사 때 대화는 쉽지 않다고 하네요.
이 표정이 한결 더 즐거워 보이네요. 이 부회장은 식사 내내 직원들의 촬영에 조금 시달렸다고 합니다. 이 사진도 보면 뒤에서 사진을 찍으며 걸어가는 직원이 있네요. 이 부회장의 상일동 사옥 방문은 2019년 6월에 이어 3년 만입니다. 오랜만에 직원들을 만나는 자리인데, 이 정도의 불편쯤은 아무것도 아니였을 듯 합니다.
■ 8월 24일 PM 12:30
단촐한 메뉴인만큼 식사는 일찍 끝났다고 합니다. 이제 식당에서 밖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이 부회장을 기다리는 많은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사진촬영 요청에 이번에도 이 부회장이 일일이 응해줬습니다. 직원들은 모두 사진 속에 등장하고 싶어하니, 사진을 직접 찍어줄 분이 필요합니다. 이 부회장 바로 옆에서 안내를 하던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당첨이 됐습니다. '일일 카메라맨'이 된 최 사장이 직원들 단체사진을 여러장 찍어줬다는 후문입니다. 사진 오른쪽 하단의 양복깃이 최 사장 것으로 추정됩니다.
식당을 나오면서 찍은 셀카에는 외국인 직원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플랜트 회사답게 삼성엔지니어링에는 전세계 각국의 우수한 기술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석유, 가스, LNG 등 각 공정의 까다로운 부분을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기술자와 협업해서 완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진 왼쪽편 직원의 손에 들려 있는 갤럭시Z플립이 눈에 띕니다. 플립4가 출시된지 얼마 안 됐으니 이 제품은 아마 플립3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 8월 24일 PM 1:00
식사 후 이 부회장이 들린 곳은 사옥 1층에 있는 홍보관 '엔지움(Engium)'입니다. 엔지니어(Engineer)와 박물관(Museum)의 합성어로 삼성엔지니어링의 플랜트 산업 개척기부터 글로벌 EPC 기업 도약, 미래 전략까지 담은 전시관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외부 관람객도 볼 수 있었는데, 코로나 확산 이후 중단했다고 하네요. 빨리 문을 열어 많은 사람들이 삼성엔지니어링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전시관에서 이 부회장은 로봇 팔과 투명 디스플레이로 구현한 '비욘드(Beyond) EPC' 코너에서 차세대 친환경 솔루션을 꼼꼼히 살펴봤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도 로봇 관련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부회장의 큰 관심도 로봇인 것 같습니다.
■ 8월 24일 PM 1:45
이 부회장의 마지막 방문 장소는 사옥 1층에 있는 사내 어린이집니다. 이 곳에는 만 1~5세 어린이 100여명이 다닌다고 합니다. 아마 이날 상일동 방문에서 이 부회장이 가장 활짝 웃은 장소가 여기일 듯 합니다. 전시관에서의 엄숙한 모습과 어린이집에서의 밝은 표정이 너무 대비가 되네요. 어린이들이 이 부회장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혹시 ㅇㅇㅇ 아빠인가요?" "저랑 블록놀이할래요?" "우리 아빠보다 힘세요?"...조잘대는 아이들의 질문이 사진 밖으로도 들리는 느낌입니다.
이 부회장이 어린이집 여러 곳을 둘러보며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가운데 어린이는 자기 소개를 하는 모습이네요. "저는 ㅇㅇㅇ 이예요. 우리 엄마는 삼성 다녀요"라고 말하는 느낌입니다. 가운데 어린이가 손에 들고 있는 인형이 눈에 띕니다. 이 부회장은 이 인형이 피카츄인 것을 과연 알까요?
고 이건희 삼성 회장도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진심이었습니다. 1990년 7월에는 삼성복지재단을 통해 신길동 꿈나무 어린이집을 만들어 서울시에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은 고건 서울시장(오른쪽)과 함께 현판식을 하는 모습입니다. 이 회장은 2011년 경영을 재개하면서 삼성 서초사옥을 둘러보다 어린이집 규모가 생각보다 작은 것을 보고 "하나 더 지으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임직원들의 육아 해결, 특히 여성인력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날의 마지막 사진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들과 함께 한 셀카입니다. 이 부회장은 교사들에게 어린이집 운영 현황과 직원들의 이용 방법, 육아휴직 등 다양한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또 교실을 나오며 "아이들이 저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라며 안쓰럽다는 말
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어린이집 일정을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의 상일동 방문은 마무리됐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반도체와 건설을 봤으니, 금융사가 될까요? 어디를 가도 좋으니 이 부회장의 얘기처럼 어린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뛰어노는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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