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야놀자(왼쪽)와 여기어때의 광고 캠페인. [사진 출처 = 각사 유튜브] |
여기어때는 지난해부터 광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힐링을 주제로 한 '도망가자' 광고 시리즈는 공개 한 달 만에 1000만뷰를 넘겼죠.
올 여름은 윤종신, 장기하, 이미주, 장윤주를 포함해 총 8명의 연예인 및 인플루언서가 모델을 맡았습니다. 그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심정으로 광고비를 쏟아부었습니다.
반응은 뜨겁습니다. 올해 6월 1일 공개된 여름 캠페인 영상은 "올여름 여행 어때, 바다 어때, 여기 어때~ 여행할 때 여기 어때~" 노래로 산뜻하고 중독성 있다는 평을 받았는데요. 이번 캠페인 전체 영상의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지난 23일 기준 3300만회를 돌파했습니다.
유튜브는 분기마다 가장 영향력이 높았던 광고(조회수와 시청자 반응 기준)를 선정하는데요. 올 2분기 여기어때의 광고 영상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마케팅 흥행은 소비자들 사이 실제 앱 설치로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모바일인덱스 조사 결과 지난달 여기어때의 신규 앱 설치수는 총 75만8839건으로 '여행·교통 분야' 1위에 올랐습니다.
월간 이용자 수에서도 야놀자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습니다. 야놀자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76만3885명, 여기어때는 422만4012명인데요. 전년 동기 야놀자(446만3795명)와 여기어때(338만5536명) 격차가 100만명 이상 벌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 여기어때 올여름 캠페인 영상 캡처. 이미주, 장윤주 등 8명의 영향력 있는 모델을 활용했다. [사진 출처 = 여기어때] |
물론 야놀자가 국내 마케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올해 야놀자의 마케팅 키워드는 '야놀자해'였습니다. '토스해', '카톡해'처럼 야놀자 자체를 하나의 고유명사로 만들어 여가문화를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각인시키려 했죠.
다만 이러한 의도가 이용자에게 잘 와닿았는지에 대해서는 평이 갈립니다. 야놀자는 올여름 캠페인 모델로 고(故) 송해를 기용했다가 그가 별세한 뒤 국민MC 강호동을 메인 얼굴로 내세웠는데요.
인공지능(AI) 딥러닝과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 강호동의 얼굴만 잘라 다른 모델의 몸을 합성한 콘셉트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립니다. 이용자에게 새로움을 주는 동시에 야놀자의 테크 역량을 어필하려는 의도였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거북하고 어색하다는 반응이 나온 겁니다.
한때 하니의 '초특가 야놀자', 사이먼 도미닉의 '쌓이면 돈이니' 캠페인 등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마케팅 명가로 떠올랐던 야놀자가 자존심을 구긴 셈입니다.
↑ 야놀자의 올여름 캠페인 영상 캡처. 강호동을 모델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했다. [사진 출처 = 야놀자 유튜브] |
야놀자는 과거 라이벌이었던 여기어때와 이제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해부터 '야놀자 테크놀로지'를 내세우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는데요.
회사가 가진 기술적 역량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여가 슈퍼앱으로의 전환을 선포했죠. 마치 "우린 더 이상 숙박이나 여행앱에 그치지 않아. 이젠 글로벌 IT 기업으로 나아갈 거야"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대표적으로 야놀자는 클라우드 사업을 신사업으로 내세우고,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뿐만 아니라 호텔 등에 관리솔루션을 공급하는 B2B(기업간 거래)에 대한 균형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여기어때는 호텔, 펜션, 리조트, 렌터카, 공간대여 등 국내 수요를 확장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죠. 최근에는 항공 사업도 추가했습니다.
부동의 1위로 '선긋기'에 나섰던 야놀자이지만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다시 긴장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잘 만든 광고 하나가 이용자의 선택을 단숨에 바꿔버리기도 하니까요.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코 앞입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어떠한 승부수를 던져 이용자를 끌어들일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매경닷컴 이하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