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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연합뉴스, 매경DB] |
재계에서는 경영에 본격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이 부회장이 첫 행보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반도체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첫 행보도 반도체였습니다.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하며 본격적인 경영행보를 시작한 이 부회장의 하루를 사진으로 알아보겠습니다.
■ 8월 19일 PM 12:00
기공식 행사는 오후 1시에 시작됐습니다. 기공식에 앞서 이재용 부회장도 직원들과 함께 기흥캠퍼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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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이날 점심으로 선택한 메뉴는 '우삼겹 숙주라면' 입니다. 한식 분식 양식 등 다양한 메뉴 중에서 라면을 고른 것입니다. 이 부회장 뒤쪽에서 배식을 받는 머리색이 하얀분이 '소통왕'으로 잘 알려진 경계현 DS부문장(사장)입니다. 삼성 반도체 사업을 사실상 이끌어가시는 분으로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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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9일 PM 12:40
식사를 마친 이 부회장이 행사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행사장은 차에서 내려서 5분 정도 걸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이동하는 길 좌우에 직원들이 몰려나와 이 부회장을 환영해줬습니다. 직원들 사이에서 '재드래곤'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이 부회장의 인기는 상당합니다. 사업장 곳곳에서 환영의 박수와 환호가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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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2011년 9월 반도체 16라인 가동식 참석차 화성사업장을 찾았을 때의 모습입니다. 활짝 웃는 이 회장과 직원들의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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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이 화성캠퍼스에서 가진 이런저런 추억 때문일까요? 2020년 10월 이 회장이 마지막 길에 들린 곳도 화성캠퍼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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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9일 PM 1:00
이제부터 본격적인 기공식입니다. 삼성전자 기공식에는 흑역사가 있습니다. 지난 2018년 6조5000억원 들여 차세대 첨단 미세공정 생산라인 기공식을 열었는데, 이를 축하하기 위한 대형 현수막이 거꾸로 상태인 채 펼쳐진 것입니다. 사고 모습은 SNS에서 회자되면서 '관리의 삼성에 나사가 빠졌다' '삼성이 액땜했다. 반도체 사업 더 잘 될 것이다' 등 다양한 얘기가 돌았습니다. 해당 장면이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영향인지 이후 삼성 행사에서 대형 현수막 등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대형 LCD 화면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기공식에 기념촬영이 빠질 수는 없겠죠. 왼쪽부터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경계현 DS부문장, 이재용 부회장, 정은승 DS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입니다.
현수막은 없었지만 대형 불꽃은 하늘로 쏘아졌습니다. 이를 위한 세레모니 모습입니다.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이재용 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입니다. 기흥 반도체 R&D단지는 약 10만9000㎡ 규모에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시설로 조성됩니다. 약 20조원이 투자돼 2025년 중순에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완성하고,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곳에는 메모리 반도체 뿐 아니라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전 분야를 아우르는 R&D가 수행됩니다. 사실상 삼성 반도체 R&D의 심장이 되는 겁니다.
직원들이 이 부회장에게 웨이퍼로 제작된 기념패를 전달했습니다. 새겨진 문구는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입니다. 이번 기공식의 슬로건이기도 합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 "(우리가 할 일은) 첫 번째도 기술, 두번째도 기술, 세번째도 기술 같다"며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번 행사에서 이를 다시 한번 강조한 셈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기공식 인사말에서도 기술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며 "차세대 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습니다. 그는 이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며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회사답게 웨이퍼가 행사의 주인공이 될 때가 많습니다. 지난 5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만난 한미 정상도 방명록이 아닌 웨이퍼에 서명을 했습니다. 이 웨이퍼는 삼성전자가 세계 첫 3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시제품이라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 8월 19일 PM 2:00
이 부회장의 이날 일정은 이게 끝이 아닙니다. 기공식 이후 화성캠퍼스로 자리를 옮겨 10여명의 임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의 시간을 가진 것입니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2020년 8월 수원사업장 '워킹맘' 직원들과의 간담회 이후 만 2년 만입니다.
간담회 분위기는 좋았는지 참석자들의 표정이 좋습니다. 이 부회장 옆에 앉은 파란 티셔츠의 외국인은 글로벌 마케팅에서 일하는 미국인입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는 국내 본사에도 외국인 임직원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점차 늘려 나가겠다고 약속하며, 어떠한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좋은 사람 모셔오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조직문화의 변화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날 대화에서도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날 임직원 간담회에는 반도체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는 분들이 고루 참석했다고 합니다. 이 부회장은 본인 사진을 찍는 것을 그리 좋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웬만한 행사에서는 1분 정도 사진촬영이 있고 나면 '그만합시다'고 얘기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날 행사에는 사진찍는 직원이 거의 모든 일정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랜만의 임직원들과의 만남에서 이 부회장이 다소 들뜬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날 임직원 간담회에서는 소위 로또에 당첨되신 분이 있습니다. '출근 전 아내에게 이재용 부회장과 단독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큰소리쳤다'며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 직원이 있었는데, 이 부회장이 영상통화를 하자고 제안해 해당 직원의 아내와 통화를 한 것입니다. 이 정도로 친근하게 오너와 '영통'하는 사이라면, 남편에 대한 아내의 신뢰가 무한히 커질 것 같습니다.
'영통' 이후 이 부회장은 이날 참석자들과 모두 일대일로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이 부회장과 악수를 하는 직원분이 유달리 수줍어 하시네요.
임직원 간담회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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