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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폴로 랄프로렌] |
최근 쇼핑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미국 패션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성공담이 올라왔다. 흔한 직구 후기와 달리 이 글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현재 폴로 랄프로렌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미국 공식 홈페이지(공홈) 접속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장벽에도 불구하고 장장 3시간을 시도한 끝에 공홈 접속에 성공했다는 후기였다. 접속한 후 더 까다로운 결제망을 뚫은 것은 물론 국내 백화점에서 파는 같은 옷 대비 30% 가량 저렴하게 샀다고 밝히자 부러움과 축하 인사 메시지가 순식간에 달렸다.
해외 직구 이용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 빗장을 걸어 잠그는 해외 쇼핑몰들이 생기며 국내 소비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같은 제품이더라도 국내 유통 중인 것과 해외 직구로 산 제품의 가격차가 너무 커 소비자들이 직접 '우회로'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결제 과정이 복잡하고 배송대행지 입력 방법 역시 까다로워 소비자들 사이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명 '직구 고시' 란 말이 생겨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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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포털에서 '폴로 고시' 등으로 검색시 나오는 화면 |
해외 직구 인기 브랜드인 코치나 토리버치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국내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공홈 주소를 입력해도 곧장 한국 온라인 스토어로 연결하게끔 만들어 놓았다.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해외 직구 길이 막힌 것이다.
반면 타미힐피거나 갭 등의 브랜드는 공홈 연결이 한국에서도 가능하다. 뉴트로 열풍에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타미힐피거는 현재 공홈에서 최대 50% 할인 행사를 펼쳐 해외 직구족들이 몰리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특히 미국 브랜드들이 자국민에게 우선 혜택을 주려는 경향이 있다"며 "게다가 국내 직구족들 사이 인기가 높은 브랜드가 많아 공홈 접속 차단 이슈가 더 주목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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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패션 브랜드 갭(GAP)의 공식 홈페이지 화면에서 볼 수 있는 할인 코드 |
업계 안팎에선 해외 공홈에서 사는 것과 국내에서 공식 유통 중인 제품과 가격차가 큰 것이 직구 금지 원인으로 거론된다.
통상 해외 브랜드는 공홈을 통해 구매시 국내에서 같은 상품을 샀을 때보다 최대 30~40%가량 저렴하다. 각종 할인 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과 같은 특별한 세일 기간을 이용하면 최대 70~80%까지 가격차가 벌어진다.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 해외 직구는 관세, 배송비, 통관수수료 등을 감안해도 이득인 반면, 국내 진출한 해외 브랜드 입장에선 손님 이탈로 손해가 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국내 직진출해 사업을 확장하려는 해외 브랜드일수록 공홈 접속 자체를 막는 초강수를 뒀다는 의견이다.
이밖에 일부 아시아권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하며 과도한 반품이나 교환 환불 요구를 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란 얘기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우회하면서까지 해외 직구를 시도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로 수입 유통되는 과정에서 해외 브랜드 상품의 가격이 점점 올라가다보니 공홈을 통한 직구를 선호하는 것이다.
예컨대 국가를 미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해주는 가설사설망(VPN)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IP를 우회한다. 그러면 마치 미국에서 인터넷에 접속한 것처럼 인식이 돼 현지 공홈으로 연결될 수 있다.
공홈을 어렵게 들어가도 빗장은 걸려 있다. 결제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특히 복잡해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름을 따 '폴로 고시' 등으로 부를 정도다.
결제 장벽을 뚫는 팁으로는 미국 이름 사용, 미국에서 결제한 내역이 있는 신용카드로만 구매, 비회원 결제, 전화번호와 배송대행지 변형 등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 역시 100% 성공하는 게 아니어서 소비자들 사이 원성이 나온다.
30대 주부는 "백 번 넘게 공홈에서 '퇴출'된 적이 있다"며 "직구를 막는 게 브랜드 입장에서 판매 전략이라면 전략이겠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
20대 한 대학생은 "국내 백화점에서 한 벌 살 가격이면 직구로 같은 브랜드 옷을 두세 벌 정도 살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가격 차이가 이처럼 크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직구를) 포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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