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속의 세포들은 서로 대화를 한다. 간에 있는 세포가 폐에 있는 세포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신장에 있는 세포가 대장에 있는 세포의 말을 듣기도 한다. 학계에서는 1998년부터 세포에서 뿜어내는 50~200나노미터 지름의 작은 물질이 이런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밝혀냈다. 그 물질의 이름은 '엑소좀(Exosome).' 세포와 세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세포가 내뿜는 나노크기의 입자 들이다. 그래서 생물학계에서는 이 엑소좀을 '세포의 아바타'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간에 있는 세포가 폐 세포에게 이야기를 전해야 할 경우, 간 세포의 '아바타'인 엑소좀이 혈관을 타고 폐로 이동하여 간이 해야 할 말을 전하는 것이다.
엑소좀이 주목받는 이유는 치료목적으로 활용될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가장 큰 장점은 도착해야 하는 세포로 배달되는 것을 사명으로 하기 때문에 엑소좀에 치료물질을 싣게 되면 정확한 '로켓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여러 장점 때문에 최근 의약계에서는 엑소좀을 기반으로 하는 신약개발 스타트업들(코디악, 에복스, 퓨어테크헬스 등)이 다수 등장하고 있으며, 대형 제약회사들도 이를 주의 깊게 지켜 보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우리나라에도 엑소좀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독창적인 플랫폼 기술로 일약 주목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엑소좀 연구자들과 의사 출신 CEO가 공동창업한 '시프트바이오'가 그 주인공. 김인산 공동창업자(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는 "세포의 아바타라 할 수 있는 엑소좀에게 아이언맨과 같은 갑옷을 입혀서 엄청난 기능들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만드는 회사가 시프트바이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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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말 서울시 중구 필동에 위치한 남산골 한옥마을을 찾은 시프트바이오 공동창업자들. 좌로부터 이원용 CEO, 김인산 KIST 책임연구원, 남기훈 COO. [신현규 기자] |
남기훈 수석부대표는 "일단 발병하고 나면 사망 이외에는 선택할 방법이 없는 병들이 무려 7000개에 달한다"라며 "엑소좀은 이런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이원용 대표는 "이처럼 선택지가 없는 환자에게 두 번째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다 보면 환자들을 치료(cure)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care)밖에 할 수 없는 경우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엑소좀은 치료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이단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프트바이오는 단순히 세포에서 내뿜는 엑소좀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엑소좀만이 가지는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엑소좀을 무장시켜 이를 치료제로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시프트바이오는 엑소좀을 활용해 신약을 보다 쉽게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다양한 신호를 조율할 수 있는 '전사인자'를 엑소좀 내에 탑재하고, 이를 표적 세포 내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InProDel,인프로델임프로델) 역시 특허를 취득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전사인자'가 뛰어난 치료효과를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체내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이를 상용화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시프트바이오는 전사인자를 엑소좀 안에 담는 기술을 개발,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제약회사들과의 협업으로 '인프로델'을 통해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았던, 일명 '복잡성을 지닌 질병'들을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프트바이오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과정을 엑소좀에 적용시켜, 특정 세포막과 융합할 수 있는 '퓨소좀 (Fusosome)'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KIST 김인산 박사 팀은 2017년 전세계 최초로 '퓨소좀' 컨셉을 발표하였고, 이를 발전시킨 3세대 '퓨소좀' 플랫폼 기술이 현재 KIST의 기술출자회사인 '시프트바이오'의 지적재산권으로 편입된 것이다. '퓨소좀'을 통해 표적 세포막에 원하는 단백질을 코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포질 내에 치료 목적의 유전자 및 단백질 등을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적용 범위가 크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았던 막단백질 결손 질환 환자들에게 두번째 기회를 제공하고 세포 내 인자를 표적하는 유전자 치료제의 효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이 시프트바이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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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말 서울시 중구 필동에 위치한 남산골 한옥마을을 찾은 시프트바이오 공동창업자들. 좌로부터 남기훈 COO, 이원용 CEO, 김인산 KIST 책임연구원. [신현규 기자] |
남기훈 수석부대표는 "신약개발 회사들이 늘어나는 만큼, 과거와 달리 신약개발 단계별로 필요한 전문성을 제공하는 업체 및 컨설턴트들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분명 신약개발 과정은 험난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많은 재료들이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대형 제약회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따라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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