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자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급격히 커졌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 기준 5조8000억여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만 영업손실은 7조8000억여원으로 급격히 커졌다. 올 2분기 적자는 14조원 안팎까지 커질 수 있으며, 연간 영업적자는 30조원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한전의 영업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원인은 국제 유가와 LNG가격 상승이 꼽힌다. 한전 전력통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57만6809기가와트시(GWh)의 전력량을 생산했는데, 이 중 석탄이 19만7966GWh로 34.3%, 가스가 16만8378GWh로 29.2%를 차지했다. 원자력은 27.4%, 신재생에너지는 7.5%의 비중을 보였다.
전체 발전량 중 석탄과 가스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웃돌다 보니 국제 석탄가격과 LNG가격이 올라가면 한전의 발전 원가는 치솟는 구조다. 실제 한전은 올해 1분기 발전자회사들의 연료비가 7조684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92.8% 급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석탄과 LNG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 석탄이나 LNG 등 외부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방식의 대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거론된다.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을 더 많이 사용하면 외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한전의 원료 인상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전기요금 인상도 줄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일각에서 나온다.
매일경제는 "태양광 발전을 늘리면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검증해보기로 했다. 우선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연료원별 정산단가다. 연료원별 정산단가는 원자력, LNG, 태양광 등 발전원별로 생산한 전력 킬로와트시(kWh)당 얼마를 지급했는가를 의미한다.
올 7월 기준, 한전은 kWh당 유연탄과 무연탄에는 각각 150.8원, 165.2원을 지급했다. LNG에는 198.1원을 지급했는데, 태양광에는 158.6원을 지급했다. 태양광 발전에는 국제 유가 영향을 받는 석탄이나 LNG가 소모되지 않는데도 상당히 높은 정산 단가를 지급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석탄이나 LNG 가격이 저렴했던 시기에는 어땠을까. 지난해 4월 기준, 유연탄과 무연탄, LNG에는 각각 kWh당 82원, 82.3원, 88.5원을 지급한 시기 태양광 발전에는 kWh당 76.3원을 지급했다. 태양광 발전은 LNG가스나 석탄, 석유를 활용하지 않는데도 상당히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 2021년 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연료원별 정산단가 추이. 액화천연가스(LNG) 화력 발전의 정산단가가 오르면 태양광 발전의 정산단가도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 = 한전] |
↑ LNG 화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에 지급된 전력 정산단가 추이. 일부 태양광 발전의 정산단가가 튀어오른 구간을 제외하면 대체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전력 시장에서 이 두 발전원에 지급하는 정산단가가 비슷하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자료 = 한전] |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시장가격은 1시간 단위로 전력거래 당일 하루 전에 결정되며, 하루 전에 예측된 전력수요곡선과 공급입찰에 참여하는 발전기들로 형성되는 공급곡선이 교차하는 점에서 시장가격이 매시간 단위로 결정된다. 이때 수요와 공급이 같아지는 시점의 가격을 한계발전비용이라고 부른다.
↑ 전력거래소가 소개하는 전력거래절차. [자료 = 한국전력거래소] |
그렇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들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한계발전비용을 그대로 따라가는 구조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태양광과 수력 등 대체에너지는 LNG 등이 결정하는 전력 시장가격을 따라 결정된다"며 "즉, LNG 국제 가격이 상승하면 태양광 발전에 지급되는 전력 단가도 오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태양광 발전에는 직접 LNG 가스나 석탄, 석유가 들어가지 않지만 국제 유가가 오르면 태양광에 지급되는 발전 단가도 오르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국제 유가가 상승했을 때 태양광 발전이 아무리 많은 전력량을 생산해도 국가 전체의 발전 단가는 떨어트리지 못함을 의미한다. 국내 태양광 발전이 확산해도 전기요금 떨어트리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다만 전체 전력 수요량에 대해 태양광이 더 많은 발전량을 공급하면 그만큼 LNG 발전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전력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서진·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태양광 발전량이 전날보다 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계통한계가격·SMP)이 0.005% 하락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큰 폭의 하락 효과는 아니지만 태양광 발전이 늘면 전기요금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나라 전체 전력수요가 100이라고 할 때, LNG 화력발전소가 100만큼 발전하려면 많은 양의 LNG를 발전에 사용해야 하지만, LNG화력이 80만큼 전력을 공급하고 태양광발전이 20만큼 전력을 공급하면 그만큼 시장에 공급이 늘게 되고, 가격을 소폭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른 영향이다.
다만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는 전기를 주고받은 정산단가 외에도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통해 추가 수익을 번다. 전기를 판매하고 받는 돈 외에, 국내에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한 기여를 인정받는 것이다.
즉, 태양광 발전량이 늘어나면 태양광 발전에 지급되는 REC가 늘어나기 때문에, 실제로 지급되는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이 늘어나 계통한계가격(SMP)이 하락하더라도 REC를 통해 추가로 지급되는 돈이 있다"며 "이로 인해 태양광 발전이 늘어나도 실제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LNG 화력발전과 원자력 발전에 지급된 정산단가 추이. 태양광과 달리 원자력은 LNG 화력발전에 지급된 가격와 함께 움직이는 성향이 약한 모습이다. 원전에는 한전이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그대로 지급하지 않고 더 낮은 정산단가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자료 = 한전] |
원전은 실제 이 같은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원자력의 경우 발전 단가가 워낙 낮아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그대로 지급하면 너무 많은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며 "원전은 한계발전비용과 별개로 발전 원가를 고려해 적정 이익만 남겨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발전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국내외 학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전 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배출이 없는 발전원을 늘려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입지 문제로 인해 무한정 원전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에 높은 전력 정산단가를 쳐주고, REC 제도를 활용해 추가적인 이익을 주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다소 높은 가격을 쳐주는 한이 있더라도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의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현재 발전원별 전력가격 결정 구조다.
현재 보급이 필요한 에너지에 일종의 웃돈을 쳐주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런 구조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자력 분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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