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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수차 수리 자료 사진. [사진 출처 = 매일경제DB] |
국내에서 수입차가 가장 많은 지역인 서울 강남 일대가 물피해를 크게 입었기 때문이다.
8일 밤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물론 지상 주차장까지 물에 잠기면서 대피하지 못한 차량들이 침수됐다.
9일 아침에도 운전자들이 버리고 간 침수차들로 강남 일대 도로가 마비됐다. 도로 곳곳에는 버려진 고급 수입차도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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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잠긴 아파트 주차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기존에는 2년 전인 지난 2020년과 19년 전인 2003년 발생한 피해가 역대급으로 기록됐다.
손해보험협회와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손보사 12개사에 따르면 2020년 7월9일~8월28일 장마와 태풍 '바비'로 발생한 침수·낙하물 피해 차량 접수 건수는 9484건이다. 당시 추정 손해액은 848억원에 달했다.
같은 해 9월 2~10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침수·낙하물 피해 차량은 1만1710건이 접수됐다. 손해액은 309억원으로 추산됐다.
7~9월 장마와 태풍으로 접수된 피해 건수만 2만1194건, 추정 손해액은 1157억원에 달햇다.
접수 1건당 1대가 피해를 입었다고 가정하면 2003년 9월 태풍 매미(4만1042대), 2012년 태풍 볼라벤·덴빈·산바와 집중호우(2만3051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손해액은 역대 '최악' 1157억원으로 피해 차량이 가장 많았던 태풍 매미(911억원) 때를 뛰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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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우가 내린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침수됐던 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침수차는 단순히 차주와 손보사에만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 침수차가 중고차시장에 몰래 흘러들어와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고차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속·전기장치로 구성된 자동차는 물과 상극이어서 '물 먹은' 뒤에는 고장을 잘 일으키기 때문에 중고차로 처리하거나 폐차하는 소유자들이 많다.
침수차는 침수 즉시 중고차로 판매되지 않는다. 한두달 지난 뒤부터 중고차시장에 유입된다. 침수차를 수리하거나 흔적을 없애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정비업계는 침수차 수리가 까다롭다고 말한다. 범퍼·도어 파손과 같은 일반적인 수리와 달리 '속'을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악취도 제거해야 하기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침수 피해를 입은 뒤 한두달 뒤 중고차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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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지난밤 폭우로 침수된 차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침수차 사실을 속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상받지 못한 침수차는 정비업체를 통해 침수 흔적을 없앤다.
소유자나 번호판을 여러 번 바꿔 침수 사실을 숨기려는 '침수차 세탁'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침수 피해를 보험으로 보상받은 차량들도 중고차시장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장이나 악취에 민감한 소유자들은 보험으로 보상받은 뒤 중고차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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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수내역 확인 서비스. 카히스토리 [사진 출처 = 보험개발원] |
손보사 손을 떠난 이들 차량은 폐차되거나 중고 부품 공급용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일부는 중고차시장에 몰래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수로 기능에 문제가 생겼지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침수차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침수차는 차주는 물론 손보사와 구매자 모두에 피해를 일으키면서 유통질서도 어지럽힌다"며 "정부, 정비업계, 손보업계가 침수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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