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료 먹튀 논란에 휩싸인 온라인 호텔 예약 대행업체(OTA) '에바종'. 에바종 논란을 두고 '호텔판 머지포인트 사태'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에바종이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소비자들로부터 선입금 방식으로 돈을 받아 돌려막기식 경영을 했고 결국 환불 중단 사태를 맞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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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결제플랫폼 회사 `머지포인트` 본사에서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과 직원 통행로를 확보 중인 경찰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그 동안 에바종은 국내외 고급 호텔과 리조트 숙박권을 최대 70%에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며 고객몰이를 해왔다. 회원 가입을 해야만 볼 수 있는 프라이빗한 프로모션과 최저가 정책으로 호캉스를 즐기는 소비자들 사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실상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소비자들이 선입금한 숙박료로 간신히 회사를 굴려온 것으로 보인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2년여 전부터 에바종에서 호텔 미수금이 자주 발생해 돌려막기식 경영을 의심하는 눈길이 많았다"며 "코로나가 터지고 OTA 업체 간 경쟁마저 치열해지자 경영난이 더 심각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에바종은 그 동안 회원들로부터 '호텔패스' 판매를 통해 수백~수천만원에 달하는 숙박료를 먼저 받아왔다. 그러나 호텔 리조트에 돈을 제 때 입금하지 않아 여름 휴가철 성수기인 지난달부터 소비자들 사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에바종으로부터 관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는 현재 150여명. 이들은 각자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전체 피해 규모는 최대 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호텔패스는 계약기간 내 지정된 호텔 여러 곳에서 투숙 횟수 제한없이 숙박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6개월과 1년 계약기간을 내세워 판매된 호텔패스의 가격은 각각 500만원대와 1000만원대에 이른다.
국내 특급호텔 한 관계자는 "해외 여행 수요가 좀 늘자 무리하게 상품 구성을 한 게 아닌가 싶다"며 "호텔패스로 투숙 후 2주 가량이 지나야 다시 투숙할 수 있게 한 것도 그 사이 다른 고객들의 선입금으로 미수금을 채워 넣으려다 이걸 막지 못 할 처지에 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에바종을 둘러싼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에바종은 지난해 코로나 대유행으로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된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구하자 당시 현금이 아닌 적립금(클립머니) 형태로 환불을 해 준 바 있다. 이마저도 적립금으로는 호텔비를 결제하지 못하게 막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업계 안팎에서는 에바종 먹튀 논란을 두고 지난해 터진 머지포인트 사태와 닮은 꼴이라고 지적한다.
머지포인트를 운영하던 머지플러스 역시 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소비자들로부터 선입금 방식으로 돈을 받은 후 돌려막기식 경영을 하다 결국 환불 중단 사태를 맞았다.
포인트를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한 머지포인트 서비스는 당시 파격적인 할인을 내세워서 가입자 100만명을 끌어 모았었다. 그러다 갑자기 지난해 서비스가 중단 되면서 미리 사둔 포인트를 그냥 날린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장희진 변호사(지음 법률사무소)는 "최근의 사이버 사기, 사이버 금융범죄가 대부분 선입금을 과도하게 입금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소비자들은 이러한 방식의 마케팅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에바종 사태의 경우 형사적으로 피해 금액이 막대해 특경사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장 변호사는 또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피해 금액 및 위자료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청구에 더해 에바종이 가진 채권과 재산들에 대한 압
이와 관련 피해자들은 호텔패스 환불 등을 요청했지만 에바종이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집단소송 준비에 나섰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도 피해자 신고를 접수해 수사 중이며, 에바종 대표에 대해서는 지난 2일 출국금지 조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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