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00억원을 벌어서 은퇴한다고요? 유튜버, 재테크 등을 통해 100억원 이상 번 것은 맞지만 파이어족(경제적 자립을 이뤄 조기에 은퇴한 사람들)이 되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어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 유튜버로 꼽히는 '신사임당'의 주언규 피디(PD)는 최근 기자와 만나 앞으로의 행보에 관해 처음으로 입을 뗐다.
주 피디는 자신이 소유·운영하던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유튜버 이름도 신사임당으로 동일)을 전업 투자자로 알려진 유튜버 '디피'에 매각해 최근 엄청난 화제가 됐다. 주 피디가 큰돈을 벌어 경제적인 자유를 획득한 덕분에 파이어족이 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주 피디는 "유튜브 채널 운영과 부동산 투자 등 재테크를 통해 꽤 많은 돈을 번 덕분에 조기은퇴하려고 제주도에 집도 장만했다가 교육기업 '디쉐어' 창업자인 현승원 디쉐어 의장을 만나 마음을 완전 바꿨다"며 "수천억원대 자산가인 현 의장이 파이어족을 해봤는데 별 거 없다며 설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 의장이 제 아이디어를 잘 구현하면 기업가치가 수조원대에 달하는, 더 나아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울 수 있다며 동기부여를 했는데, 현 의장의 말에 설득돼 현 의장과 의기투합해서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대한민국 대표 경제 유튜버 `신사임당`의 주언규 피디(오른쪽)와 교육기업 `디쉐어` 창업자이자 `메타테인먼트`, `에이아이티브`를 창업한 현승원 메타테인먼트·에이아이티브 대표가 웃으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현승원 의장은 고등학생 사이에서 존쌤으로 불리는 영어 스타강사 출신으로, 2011년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에서 영어 학원 '쓰리제이에듀'로 출발한 영어 교육기업 '디쉐어'를 매출 720억원(2019년 기준)의 알짜 회사로 키웠다. 그는 이후 2019년 디쉐어 지분 50%를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1650억원에 매각한 성공한 청년 사업가이다. 지금도 디쉐어의 주요 주주이다. 현 의장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지금까지 150억원 이상 기부한 기부 천사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 같은 공로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도 수상했다.
현 의장과 주 피디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채널을 키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아이티브', 메타버스를 활용해 유튜브 콘텐츠 제작, 캐릭터 사업 등을 하는 '메타테인먼트' 등 2개 회사를 공동 경영하고 있다. 현 의장이 두 기업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주 피디는 콘텐츠 기획 등을 담당하고 있다.
주 피디는 신사임당 외에 여러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었는데, 이 채널 등을 소유한 기업의 주식 절반을 현 대표에게 매각했다. 현 대표는 지분 인수 후 해당 기업명을 에이아이티브로 변경했다. 주언규 피디와 현승원 의장을 만나 신사업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두 분이 시작한 신사업에 대해 알려 달라.
▷주언규 피디(신사임당)='에이아이티브'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노아'로, 한 달에 1만대~4만원대 요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면 유튜버에게 해당 유튜브 채널에 적합한, 참고할만한 타 유튜브 섬네일 등을 추천해준다. 인공지능(AI)을 통해 오랜 기간 학습된 노아에 들어와서 이용자가 설정한 여러 키워드로 검색하면 해당 이용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만들면 조회수가 많이 나올 확률이 높은 영상, 섬네일 등을 제안해준다. 유튜버가 이를 참고해서 콘텐츠를 제작하면 인기 있는 영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구독자 8000명대인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수가 29만명이 되는 영상을 추천해주고, 이 영상 조회수를 견인한 게 섬네일인지 제목인지 시청자들이 영상 내용에 흥미를 느낀 것지 등도 파악할 수 있다. 구독자가 많은 덕분에 조회수가 잘 나오는 영상이 있고, 구독자는 적지만 영상 덕분에 구독자가 많아지면서 성장하는 채널이 있다. 이런 영상도 찾아내서 보여준다. 이를 참고해서 영상을 만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현승원 대표=예를 들어 부동산 관련 영상을 만들 때 유튜버들이 막연하게 부동산 콘텐츠 조회수가 잘 나오는 신사임당 같은 채널을 베껴야겠다고 생각하고 따라한다. 막연하게 따라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유튜브는 시청자들에게 영상을 추천해줄 때 신사임당처럼 유명한 대형 채널이 만든 영상을 먼저 띄워준다. 노아는 조회수 많이 나온 숨겨진 영상, 채널도 분석해서 알려준다.
구독자는 6만대인데 조회수는 600만번 이상, 영상 시간은 15분인데 평균 시청시간은 1분대라면 해당 영상의 클릭을 유도한 것은 섬네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분석해서 섬네일, 제목을 만드는 것과 유명한 유튜버의 영상 등을 베껴서 그냥 만드는 것은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메타테인먼트는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쉽게 말해 사람이 아닌 가상인물, 캐릭터 등이 마치 사람처럼 유튜버로 활동하는 채널을 만들고, 캐릭터를 판매하는 즉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유튜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하는 기획사를 일컫는 'MCN' 중에서 신사임당보다 인기가 많거나 적은 여러 채널을 운영하면서 유니콘 기업 (설립 10년 미만이면서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초과하는 비상장사)이라고 강조하는 기업도 있다. 만약 메타테인먼트가 신사임당에 준하는 채널을 100개 이상 갖고 있다면 메타테인먼트도 유니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두 분이 어떻게 공동 창업을.
▷주언규 피디(신사임당)=뒷광고를 한 적이 없는데 어느 날 신사임당이 뒷광고했다고 소문이 쫙 났다. 그때 유튜버가 사람인 채널은 그 사람에게 불미스러운 사건 등이 생기거나 휘말리면 유튜브 채널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사임당이 출연하지 않는, 신사임당이 운영하는지도 모르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여러 채널을 시범적으로 운영해봤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캐릭터를 만들어서 여러 상품(굿즈)도 판매 중이며,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쇼핑몰로 올린 매출만 20억원은 된다.
어느 날 현승원 대표랑 같이 식사를 하다가 이런 아이디어를 현 대표한테 말했더니 현 대표가 "이런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하면 돼. 회사 차리자"라고 말하더라. 그리고 현 대표 비서를 통해서 현 대표가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인수할 기업을 찾는다고 들었다. 현 대표한테 "내 회사가 성장이 안 된다.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현 대표가 지분을 인수했다.
-두 분 호칭은?
▷현승원 대표=주 피디는 저를 대표님, 저는 주 피디라고 부른다. 동갑이라서 친하다. 사석에서는 이름 부른다.
-왜 파이어족 안 하고 또 도전?
▷현승원 대표=디쉐어 지분 매각 후 고급 승용차, 시계 등을 사봤다. 살 때만 반짝 흥미로웠다. 그게 다였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언제 정말 가슴이 뛰었는지' 생각해봤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가장 재미있고 떨렸다. 정말 열심히 인생을 산 사람한테 쉼은 필요하다. 한두 달 쉴 수 있지만, 막상 은퇴하면 그 기쁨이 오래 가지 않는 것 같다.
-현승원 의장님은 정말 3000억원대 자산가가 맞나.
▷2019년 교육기업 디쉐어 지분 50%를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1650억원에 매각했고, 여전히 나머지 지분 50%를 갖고 있다. 50%가 1650억원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50% 가치를 1650억원으로 보면 3000억원이 넘기 때문에 3000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것 같다. 매각 후 따로 투자 등 재테크를 했다. 정확하게 밝힐 순 없지만 돈을 초월한 것은 맞다.
-궁극적으로 어떤 회사로 키우려고 하나.
▷현승원 대표=디쉐어를 매각한 후 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고, 구독경제 시스템을 갖췄으며,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을 키우겠다고 결심했다. 유튜브라고 하는 거대한 플랫폼 안에서 누구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려면 에이아이티브의 서비스인 '노아'를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인들도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싶다. 기업을 잘 키워서 미국 증시 상장에도 도전해볼 계획이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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