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있는 시간과 분위기, 서비스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최근 친구들과 서울의 한 특급호텔을 방문해 애플망고 빙수를 사 먹었다는 20대 소비자 A씨. 1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음식값으로만 생각하면 비싸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가라고는 하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결제도 나눠서 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A씨는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이따금 명품을 사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으냐"며 "음식을 사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시간을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특급호텔 업계에서는 총성 없는 '망고 빙수'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망고 빙수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인데 고물가 현상에도 매출이 예년 수준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롯데호텔 서울에서 판매 중인 애플망고 빙수. [사진 제공 = 롯데호텔] |
다른 호텔에서도 매출 동향이 비슷하다. 그랜드조선 부산이 라운지앤바에서 선보인 애플망고 빙수(6만5000원)의 경우 매출이 작년보다 약 30% 늘었고, 웨스틴조선 서울에서도 망고 빙수와 수박 빙수를 합친 매출이 작년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과거 빙수류는 여름철에 시즌 한정 메뉴로 출시한 뒤 이듬해에 또 내는 식이었다"며 "여러 과일 디저트류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딱 특정돼서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인 점이 주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인증샷, 또 인증샷을 겨냥한 이벤트 등이 늘어났고, 이 때문에 2030 소비자가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 포시즌스호텔이 판매하는 9만원대의 골든 제주 애플망고 빙수. [사진 제공 = 포시즌스호텔] |
업계 관계자들은 SNS에 익숙한 MZ세대가 망고 빙수의 유행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익숙함을 거부하는 MZ세대가 경험 자체로도 이색적이고, 외관상으로도 화려해 SNS 소재로 적합한 망고 빙수에 대거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망고 빙수와 관련된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망고 빙수'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이 35만1900여개, '애플망고 빙수'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이 4만3500여개 게재되어 있다.
소비자 경험담도 업계의 분석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애플망고 빙수를 사 먹었다는 30대 소비자 C씨는 "바빠서 도저히 놀러 갈 시간이 안 나는 친구들과 기억에 남을 게 뭘지 고민했다"며 "예뻐서 사진으로 남기기 좋았고, SNS에 올리니 반응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 롯데 시그니엘 부산이 판매 중인 애플망고 빙수. [사진 제공 = 롯데호텔] |
SNS를 매개체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전문가는 망고 빙수가 '경험 소비'의 일환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MZ세대가 망고 빙수를 사 먹음으로써 특급호텔의 분위기, 인테리어, 서비스 등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가) 빙수를 사 먹으면 호텔의 고객으로서 여러 서비스 등을 경험하게 된다"며 "고급스러운 경험을 하는 것과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까지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1년에 한 번 정도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 (망고 빙수)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얻고, 이를 SNS에 올리면서 두 번째 만족을 얻는 것"이라며 "독특한 것, 식상하지 않고 반복적이지 않은 것, 일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욕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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