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회사는 최근 한국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이용자들에게 "업데이트에 동의해야 계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엄포성 개인정보 동의 문구로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한국 이용자를 우롱하는 개인정보 갑질'이라고 맹비난을 하는 가운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메타의 개인정보 수집동의 방식이 현행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일경제 취재 결과 뜻밖에도 메타는 악의적 목적이 아닌, 최근 3월 제정된 한국의 개인정보 규제를 그대로 이행하다가 '해석의 차이'로 역풍을 맞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3월 발간된 한국 정부의 '알기쉬운 개인정보 처리 동의 안내서'를 보면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들은 "이용자가 동의에 거부할 때 따르는 불이익이 있으면 그 불이익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동의를 받으라"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미동의에 따른 불이익을 감추지 않고 성실하게 고지하는 게 이용자들의 동의 거부권을 키우고 향후 소송 등 책임공방을 줄이는 정공법이라는 뜻입니다.
메타가 그 가이드라인을 성실히 이행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이번에 "업데이트에 동의해야 계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를 만들었다가 본래 의도와 달리 "정보수집 동의를 유도하기 위해 한국민을 협박한 악질 기업"으로 오해를 받게 된 것입니다.
마치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한국 속담처럼 다른 기업이 성실한 '불이익 안내' 문구를 내놓았다면 문제가 없었을 터인데, 세계 소셜미디어(SNS) 시장을 장악한 메타의 독점적 지배력이 투명되면서 악의적 문구를 쓴 기업으로 이용자들에게 해석되고 있는 것이지요.
![]() |
↑ 개인정보위원회가 지난 3월 제정·발간한 `알기쉬운 개인정보 처리 동의 안내서` 16페이지 내용. 정부는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들이 이용자 동의 거부 시 발생하는 불이익을 구체도록 알리도록 한 이유로 이용자들의 `동의 선택권` 강화를 들고 있다. 메타 측 역시 이 대원칙에 따라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을 고지... |
메타는 한국 이용자들에게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개인정보의 제공·개인정보의 국가 간 이전·위치 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업데이트·이용 약관 등 총 6개 항목에서 선택 동의가 아닌 '필수동의'를 요구하며, 이에 동의해야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안내서 36페이지에서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얻으려는 기업은 '필수동의' 항목과 '선택동의' 항목을 엄격하게 구분해서 각각의 동의를 받으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필수동의는 '해당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인정보'를 뜻하는 것으로, 메타는 이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한국에서 자사의 이용 약관 등 6개 항목을 필수동의 대상으로 나열한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새로운 안내서가 제정·발간되지 않았다면 강압적이며 불쾌감을 주는 이 필수항목도 노출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메타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호법과 그 가이드라인에 '필수동의' 항목과 '선택동의' 항목을 구분해 이용자들에게 각각의 동의를 구하라고 요구하는 곳은 주요국 중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북미와 유럽은 물론 인도 이용자들에게도 '필수동의'를 구하지 않는 메타가 유독 한국 이용자들만 만만하게 보고 필수동의를 요구했다는 오해가 생긴 것도 지난 3월 마련된 한국의 촘촘한 가이드라인 때문인 것이죠.
![]() |
↑ 개인정보위원회가 지난 3월 제정·발간한 `알기쉬운 개인정보 처리 동의 안내서` 36페이지 내용. 정부는 이용자들의 동의 선택권 강화를 위해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들이 개인정보 수집 때 `필수동의`와 `선택동의`를 구체적으로 나눠 각각의 동의를 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메타에 따르면 한국이 주요국 중 유일하... |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하는 과정에서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던 개인정보보호 기능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됐습니다.
개인정보 관리 책임과 권한이 급격하게 커진 개인정보위가 새롭게 바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업자들이 실무에 혼선이 없도록 깨알처럼 하위 지침을 만들어 올해 3월 안내서 형태로 발간한 것이죠.
![]() |
↑ 지난 3월 발간된 `알기쉬운 개인정보 처리 동의 안내서` 표지 [사진 출처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
메타 입장에서는 한국 규제를 따르고자 했던 본연의 의도를 몰라주는 한국의 현실에 억울함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역으로 메타는 이 같은 싸늘한 여론 현실에서 엄중한 위기 의식을 느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 |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현 메타) 창립자. [사진 출처 = 메타 플랫폼스 사진 캡처] |
책임은 회피한채 수익성만 좇는 독점 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앞에서 "새로운 개인정보 관리 정책을 투명하게 한국 이
메타는 뒤로 넘어졌는데 코가 깨진다고 억울해할 수 있지만,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기를 바라는 이용자돌의 날 선 마음이 작금의 개인정보 동의 횡포 논란을 일으킨 게 아닌지 곱씹어볼 일입니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