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CJ제일제당이 대체육을 포함한 식물성 식품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에선 '참치기업' 동원F&B가 2019년 대체육 업체 비욘드 미트의 제품을 국내 독점 수입, 판매합니다. 동원은 친환경, 동물보호 등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체육 소비가 늘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양질의 단백질로 국민건강에 기여한다"는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의 뜻도 담겨있다고 하네요.
당시 이태원의 한 식당에서 '비욘드 미트' 제품을 먹어볼 수 있었습니다. 가격이 '한우보다 비싸다'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버터-마가린, 게살-게맛살 처럼 대체식품은 기존 식품보다 가격이 더 낮습니다. 대체육은 아직도 생산가격이 일반 고기보다 비쌉니다. '신념'이나 '가치'가 없으면 쉽게 소비하기 힘듭니다. '가치 소비'에 대한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비욘드 미트를 창업한 이던 브라운은 과일·곡식·채소만 먹는 '비건'입니다. 그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를 개발하던 엔지니어였습니다.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보다 동물 소비를 줄이는 게 지구환경 보호에 더 의미있다며 비욘드 미트를 세웁니다. 소 한마리가 배출하는 메탄 배출량은 자동차의 4분의 1이라고 합니다.
비욘드 미트는 식물성 닭고기 제품을 먼저 출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진짜 닭고기의 맛과 식감이다. 이 고기가 식물로 만들어 졌고 닭고기가 1온스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비욘드 미트에 투자합니다.
대체육 시장의 또 다른 강자인 임파서블 푸드는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임파서블 푸드는 고기는 ’피 맛’이란 점에 주목했습니다. 대두 뿌리에서 추출한 헤모글로빈 성분을 추출해 육즙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변형(GMO) 방식을 활용합니다. 이게 논란거리 입니다. 동원F&B가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푸드 수입을 놓고 고민하다 비욘드미트를 택한 이유라고 합니다. 비욘드 미트는 육즙에 빨간색 '비트' 쥬스를 사용합니다.
사회적 '가치'를 담은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트렌드를 '미닝 아웃'(Meaning Out)이라고 하는데요. 소위 '돈쭐내는' 소비문화도 '미닝 아웃' 트렌드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친환경' '동물보호'는 비욘드 미트가 추구하는 기업 가치입니다. 비욘드 미트의 창업주의 가치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은 비욘드 미트 제품을 먹으면서 창업주와 회사의 가치를 공유합니다.
반면 유명 채식주의자 유튜버 로바나(Rawvana)는 생선을 먹는 모습이 사진에 찍히면서 망신을 당했었죠. 국내에서도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한 '비건' 전도사는 사석에서 상어 지느러미 요리 '샥스핀'을 맛있게 먹어 동석자들이 '뜨악'했다고 합니다.
'무엇을 먹고 마시는 지가 그 사람'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 또 기업과 소비자가 '가치'를 공유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
CJ제일제당의 '식물성 식품' 기자회견장에선 이선호 경영리더의 '역할'에 대한 질문도 나왔는데요. 이선호 경영리더는 CJ 이재현 회장의 장남으로 CJ의 식물성 식품 사업에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선호 경영리더가 추구하는 '가치'도 궁금해지네요.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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