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제주도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막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에 처한 한국 기업들의 대응방안에 대해 속내를 풀어놨다. 최 회장은 "기업가는 예측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것에도 상관없이 전진해 나아갈 수 있는 태세가 필요하다"며 "무엇이 일어나도 그것을 따라가도록 하겠다. 골이 깊으면 물론 힘들겠지만 숱한 사건과 얘기들이 있었는데 이 정도 쇼크는 넘어갈 정도는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리먼브러더스발(發) 금융위기 등 10년마다 위기를 맞았던 한국 기업들이 이제는 위기를 '상수'로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다음은 최 회장과 일문일답.
= 기준금리가 올랐지만 아마 장기금리 쪽으로 보면, 이미 올해는 예상이 다 된거고, 어쨌든 올렸으니 단기금리쪽으로는 좀 더 올라갈 거다. 이것 역시 계획을 잘했던 기업은 그렇게 큰 데미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역시 예상되어 있던 것이고 이거는 개인 삶의 질 악화 문제일뿐 기업 자체에 문제가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게 물가가 올라가서 일어난 일이다 보니 임금상승 압력도 받는게 장기적으로 제일 어려운 과제일 것 같다. 기업 중에 사람을 많이 쓰는 중소기업쪽에서 어려움이 배가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 이 문제는 언젠가 다가올 얘기였다. 2008년 이후 세계가 금융긴축을 제대로 해본 일이 없다. 한번 정리했어야 되는 문제였는데 계속 양적완화로 버텨왔던 것이 쌓여 있었고 여기에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체계가 어려워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값, 곡물값이 올라가는 등의 이슈가 겹쳤다. 그간 공산품 값이 계속 내려왔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크게 오지는 않았지만 지금부터는 그 문제를 넘어서는 쇼크가 다가왔고 여태까지 풀렸던 돈이 인플레이션을 급속하게 가중시키는 역할을 해 나가는 것 같다.
= 양국이 모두 관계 정상화를 해야할 일로 생각하고 있다. 단지 법적, 외교적, 경제적 문제가 다 얽혀버렸다. 이걸 푸는 게 대한상의가 다 풀 수 있는 건 아니고 상의가 어느 한 부분 정도는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달 (일본 방문때) 일본상의 회장과 차기 일본 상의 회장을 만나 조속한 시일 내에 한일 상의회의를 열자고 얘기하고 의제를 열어놓는 한편 가능한 논의와 제안들을 재고해 가며 관계회복을 해나가려고 한다. 상의 뿐만 아니라 외교부 등 정부 여러 곳에서 한일 문제를 해결하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견으로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는 꼭 필요한 것으로 본다.
= 사면은 항상 쓰는 표현대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때문에 가능하면 기업인에게 선처를 많이 해 주십사 요청하는 것은 항상 해 왔던 일이다. 아무래도 지금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좀 더 풀어줘서 기업인 활동범위를 더 넓어지고 자유롭게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 출범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관협력에 상당히 비중을 많이 두는 말씀을 많이 하셨기때문에 잘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특히 부산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이번 정부는 (규제관련) 과제(챌린지)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 건건이 하기는 어려우니 한번에 '토끼'를 몇마리 잡을 수 있는 생각을 좀 하셔야 된다고 말씀드렸다. 물론 쉬운 길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챌린지는 건건이 하기엔 너무나 많은 리소스와 많은 시간이 빨려 들어갈 것으로 보이니 최소한 둘 이상은 항상 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 드리고 있다. 민관 아이디어를 좀 더 가미하면 새로운 정책방향을 잡을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건의를 하고 있다.
= 규제개혁이라는 토끼 한마리를 잡자고 생각해서 이 토끼를 잡자, 저 토끼를 잡자 접근하면 솔직히 잘 안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지방 경제 활성화, 경제안보 등 여러가지 문제를 같이 섞어서 풀어야 될 방법론을 찾는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규제는 단순히 나쁘다 생각해서 없앤 뒤 조금 지나고 보면 '필요한 거였네' 라며 다시 생길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규제가 왜 생겼는지에 대한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고 규제를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불필요한 기업활동이 간섭되지 않도록 하는 규제완화 논의가 필요하다.
= 이 문제는 한국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상당히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우방, 동맹 형태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 틀을 잘 만들어나가는게 새 정부의 과제다. 기업 입장에서 혼자서 한다면 견딜 수 있는(Tolerance) 수준은 아주 낮지만 힘을 합치게 되면 그만큼 수준이 커지기 때문에 협력 구도를 훨씬 더 많이 세워야 한다.
= 작년에 세웠던 계획은 당연히 어느 정도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금 상황은 금리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 생각하니 전략·전술 차원에서 투자를 지연하는 정도쯤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재료(Material)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 밀기에는 잘 안 맞는 일이 존재한다. 항상 변수가 존재해왔던 것이니 어쩔 수 없이 조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투자는 단지 지연될 뿐 투자를 안한다는 계획은 전혀 없다.
= 예측을 잘하자고 하는건 기업가가 할 일이 아니다. 대부분 기업을 하는 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고 계속 전진해 나갈 수 있게하는 그런 준비와 태세가 필요하다. 예측을 물어본다면 저는 뭐가 일어나도 살아서 갈 수 있도록 그 길을 간다고 답할 뿐이다. 물론 골이 깊어지면 힘들지 않겠나. 하지만 글쎄… 그동안 숱한 사건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쇼크 정도 쯤은 또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 체질화는 꽤 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전세계 많은 기업 중 그래도 대한민국 기업 체질이 위기에 매우 강한 형태로 짜져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제가 위기를 일부러 조장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오면 오는 것이고, 오면 온대로, 위기는 항상 올 걸로 예측하며 기업인은 살고 있다.
= 동맥경화와 당뇨병이 있는데 배가 고프니까 당장 먹어야 되지 않느냐는 얘기는 맞는 얘기이긴 하다. 그런데 굶어 죽을 수는 없지 않냐고 하는데 계속 그렇게 하면 다른 문제가 결국 생긴다. 지구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얼마나 희생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인류가 답을 해야하는 문제다. 그래서 ESG는 무조건 장기적으로 가야하는 시점에 있다.
= 엑스포를 유치하면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가 달라지고 경제가 커지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경제계도 당연히 그 일을 해 나가는데 이견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비관적으로 보면 영원히 비관적이다. 엑스포 투표가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승부는 까봐야 알 수 있는 거다. 실제로 접촉한 곳 중 사우디 지지발언을 했던 곳도 돌아서서 대한민국을 지지하겠다라고 하는 곳도 있다. 지금부터 따라잡으면 못할 것을 하는 것도 아니다.
= 중국은 그간 한달에 한번 정도는 꼭 갔던 곳인데 코로나19 이후 3년간 한번도 못갔다. 중국을 볼 때 양면을 봐야 판단할 수 있다. 우리가 보고 듣는 뉴스는 서방, 한국, 일본 등에서 나온다. 이런 뉴스가 중국 입장에서 어떻게 보이고 해석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읽을 필요성이 있다. 가능한한 우호적으로 잘 끌고 가는게 좋고 좋던 싫던 상당히 큰 시장인 것은 사실
[제주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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