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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삼성본관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은행] |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전체회의는 오는 8월과 10월, 이어 11월 총 3차례 앞두고 있다.
이 총재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통위 전체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서 연내 기준금리 예상 수준을 연 2.75%~3.0%로 올렸는데,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에 "최근 물가 상승률이 6%를 나타냈고 가속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물가가 오르고 있는 만큼 연내 기준금리가 연 2.75~3.0%에 도달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다"며 "(연내 기준금리 수준이) 실제 그(연 2.75%) 밑이 될지, 3.0%가 될지는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 변화, 유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 시장의 기대는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관련해서는, "오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만큼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즉, 향후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 하에서는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더 가속되거나, 이와 달리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도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물가 수준에 따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추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는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미 간 통화스왑 논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한미 통화스왑은 미국 재무부의 업무가 아니고 미국 연준의 역할이기 때문에 옐런 장관과 한미 통화스왑을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이 총재는 밝혔다.
그는 "다만, 지난번 바이든 대통령께서 오셨을 때에 양국 간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두 정상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것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추경호 장관과 옐런 장관 사이에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한국과 미국의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은 지난해 12월 31일 종료됐다. 통화스왑은 외환이 부족해지는 위기에 닥쳤을 때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swap)하는 외환거래다. 외화가 바닥났을 때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쓰는 일종의 '외화 안전판'으로 통한다. 쉽게 말해 마이너스통장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은 것은 사상 처음으로, 그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였다. 이번 결정으로 한은 금통위는 사상 첫 3회(4월, 5월, 7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 기록도 남겼다.
한은 금통위가 이례적으로 빅스텝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3회 연속 인상한 것은 무엇보다 최근 고물가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례 없는 속도로 인상하고 있는 점도 한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미 간의 정책(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부작용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1.50%~1.75% 수준이다. 이 총재는 "한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이상을 인하한 적은 있지만 0.50%포인트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내린 결정"이라며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전규열 서경대학교 경영학부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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