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시작과 함께 제주가 '이상순 카페'로 떠들썩해졌다. 가수 이효리의 남편이자 기타리스트 출신 가수 이상순은 지난 1일 제주 구좌읍 동복리에 카페를 오픈했다.
나름 조용히 문을 열었지만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SNS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상순이 직접 커피를 내리고 이효리가 방문객과 인증샷을 찍어주는 곳'으로 금세 알려졌다.
오픈 하루 만에 100m 넘는 긴 줄이 늘어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영업 이틀 차인 2일엔 개장 12분 만에 하루 대기가 모두 마감돼 버렸다.
이상순은 넘치는 인파로 인근 주민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 결국 임시 휴업 후 7일부터 예약제로 재오픈하기로 결정했다. 또 앞으로는 영업시간 중 현장에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순은 6일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커피를 내려주고, 아내는 다른 손님들의 요청으로 사진을 함께 찍어준 것이 기사화돼 일이 커진 것"이라며 "처음부터 저는 가게에 가끔 갈 수는 있겠지만 계속 커피를 손님들께 내려드리려는 계획은 아니었다. 마을 주민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예인이 제주에 카페를 차려 소위 '대박' 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상순 이전에는 가수 지드래곤이 있었다.
'지디카페'로 널리 알려진 애월의 '몽상드애월'은 지난 2015년 오픈해 국내는 물론 해외 2030세대까지 대거 끌어모았다. 지드래곤의 이름값에 애월의 아름다운 뷰가 더해져 하루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린 것. 지금은 지드래곤이 카페를 완전히 매각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있다.
이 밖에 배우 박한별의 벨진밧, 가수 빽가의 노바운더리 등도 사람이 모인다. 박한별이 거의 상주하고 있다는 벨진밧은 애견 동반이 가능하고 야외 자리가 많아 제주 감성을 한껏 살렸다는 평을 받는다.
빽가의 노바운더리는 무려 5000평의 제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인증샷 성지'로 소문이 자자하다. 카페뿐 아니라 와인샵과 갤러리 오픈까지 앞둔 대규모 공간이다.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제주 카페는 2030세대의 관심을 끌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다. TV에서 보던 이들이 직접 커피를 내리고 서빙을 하는 모습 자체가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와서다.
현장에서 스타를 만나면 SNS 인증샷 욕구까지 충족할 수 있다.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해시태그로 널리 알리고, 불특정 다수에게 반응을 얻어내는 것이 젊은 층의 '자기만족'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제주 특성상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감성과 뷰가 확보되니 이들 카페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몰린다.
다만 일각에선 비판적인 시각도 나온다. 보통의 카페 사장과는 출발선부터 다른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흥행보증수표'로 여기고 무작정 장사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젊은 층이 단순히 커피 맛보다는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즐기려 한다는 점에서 '제2의 지디카페', '제2의 이상순카페'가 계속해서 나올 가능성이 있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는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듯 제주에 있는 연예인 카페를 '도장깨기' 한다"면서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시간과 돈을 쏟는 젊은 층에겐 이것이 하나의 문화"라고 밝혔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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