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인플레는 4% 근접…10년 만에 최대치
한·미 '금리 역전' 임박, 원화가치 급락할 수도
변동금리 비율 77.7%…빅스텝 단행 장애물 될 듯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 안정 목표 운영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 6. 21. / 사진 = 연합뉴스 [공동취재]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로 치솟은 가운데, 한국은행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오늘(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로, 전년 동기대비 6.0% 급등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4.1%, 4월에는 4.8%를 기록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에 5.4%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더니 지난달 결국 6%대에 이르렀습니다.
한은은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이 발표된 직후인 5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중구 본관 대회의실에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물가 상황과 향후 흐름을 점검했습니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상회복 영향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물가 안정(제1조 1항)'을 제1목표로 삼는 한은 입장에선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의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입니다.
게다가 한은은 물가 오름세가 하반기로 갈수록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은은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는 "물가상승압력이 전바위로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경제주체들의 물가불안심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금융당국 조찬 간담회. 왼쪽부터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최상목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추 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2022. 7. 4. / 사진 = 연합뉴스 |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점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한은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5월(3.3%)보다 0.6%포인트나 올랐습니다. 이는 2012년 4월 3.9%를 기록한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또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상승폭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또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현재 높아진 물가가 떨어지지 않은 채로 굳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은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입니다.
더구나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임박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 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인데, 한은이 오는 13일 0.25%포인트만 올리고 미국이 빅스텝을 밟는다면 금리 역전은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올해 1분기 기준 1859조 4200억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빅스텝 단행에 있어서 장애물로 꼽힙니다.
한은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금리인상에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77.7%(잔액 기준)로, 금리 0.5% 인상으로 인한 가계 이자부담은 7조원 이상 증가하게 됩니다. 오히려 체감 경기가 더 나빠지고 소비가 기대 만큼 늘어나지 않으면서 경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창용 한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