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종교나 신념 때문에 '채식'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 '채식주의' 또는 '비건'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은 동물성과 식물성 음식 모두를 먹는 '잡식성'인데, 고기나 채소 등 어느 한가지만 먹는 것은 '웰이팅(well-eating)'이 될 수 있을까?
김성권 서울대의대 명예교수(서울K내과의원 원장)는 " 채식이나 육식은 각각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커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라며 "△하루 각각 5가지 이상의 채소-과일을 섭취할 것 △탄수화물을 섭취하되, 통곡물(현미, 통밀 등) 위주로 할 것 △단백질은 붉은 고기보다는 생선이나 가금류, 콩류, 달걀 등을 통해 섭취할 것 △우유와 유제품을 섭취할 것 △하루 한 줌 정도의 견과류를 먹을 것 등을 강조하는 '건강한 식단'이 제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식주의자들은 "채식만 해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음이 증명돼 있다"라고 주장하지만, 채식주의처럼 흔하지 않지만 육식주의(carnism)란 말도 있다. 이 용어는 고기만 먹는다기보다는 육식을 과잉 섭취한다는 뜻에 가깝다.
김성권 교수는 육식주의를 몇몇 문화권에서 볼 수 있다고 소개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극 근처에 사는 에스키모이다. 에스키모라는 말도 '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에스키모라는 말이 차별적 의미가 있으므로 이누이트, 유피크 등으로 불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들은 채소나 과일을 얻기 힘든 러시아, 캐나다, 알래스카, 그린란드 등의 고위도 지방에 살면서 고래와 물범 등 바다 동물과 생선, 순록 등의 동물을 주식(主食)으로 하면서 오랫동안 생존해왔다. 이들이 채소나 과일을 거의 먹지 않으면서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위주로 식사를 하는 것이 건강에 문제가 된다는 보고는 별로 없다. 모든 육식이 다 똑같지 않다는 얘기다.
김성권 교수는 "1980년대 중반 미국 신시내티의대병원 신장내과에서 2년 동안 교환교수로 근무할 때, 콩팥 기능이 크게 떨어진 70대 남성 환자를 진료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농장 주인인 그는 아침 식사를 1/2~1인치(1.3~2.5cm) 두께의 스테이크로 시작해 점심은 1.5인치(3.8cm), 저녁은 2인치(5cm) 두께의 스테이크로 해결한다고 했다. 가끔 감자 정도를 곁들일 뿐 채소를 먹을 기회는 극히 적다고 했다. 채소나 과일을 사려면 멀리 시장까지 가야 하는데, 농장 일에 매달리다 보면 엄두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식습관이 수십 년 동안 이어져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의 대사질환이 있었고 콩팥도 크게 손상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례를 보고 '그것 봐라, 육식은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 아니냐?"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면 안된다"며 "이는 칼로리, 지방(특히 포화지방), 단백질 과잉 섭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육식은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붉은 고기를 가급적 피하라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닭고기나 오리고기 등 가금류는 포함되지 않는다. 참치나 연어 등 붉은색 생선도 붉은 고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미 과잉 칼로리와 지방 섭취는 비만, 고지혈증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추가로 동물성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면 만성콩팥병 발병 또는 악화 위험이 높아지는 등 많은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
건강한 식단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육식과 채식이 다 포함돼 있으나 채식 비율이 높다. 육식이라도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는 없고 생선, 가금류(닭고기, 오리고기 등), 우유와 유제품, 달걀 등이 있을 뿐이다. 둘째 가공식품은 섭취하지 않거나, 먹더라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붉은 고기 가공육(햄, 소시지, 베이컨 등)은 물론 흰쌀이나 밀가루 등 가공 단계가 높은 것을 피하는 게 좋다. 쌀로 만들었지만 현미밥은 가공 단계가 낮고, 떡은 가공 단계가 높다. 셋째 소금, 지방, 설탕이 첨가된 식품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연에서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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