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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1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22 상반기 글로벌일자리대전'에서 구직자들이 해외취업 진출전략 설명회를 듣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서울에서 홀로 자취하며 대학에 다니고 있는 25살 A씨. 충남 서산이 고향인 그는 "형편이 어려워 집에서 받는 경제적 도움은 없다"며 "제일 큰일인 게 공부하는 데 돈이 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토익 스피킹 응시료가 곧 오른다고 해서 고민이다. 토익을 마치는 대로 스피킹도 보려 했다"며 "서울이 고향인 친구들이 종종 부럽다. 월세도 아낄 수 있고, 밥값도 아낄 수 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물가 상승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토익 등 취업준비생들이 대거 몰리는 시험의 응시료도 오름세다. 경제적 부담이 연일 가중되면서 청년들 사이에서는 '돈이 없으면 취업할 수 없다'는 뜻의 신조어 '무전무업(無錢無業)'이 유행처럼 돌고 있다.
27일 한국토익위원회에 따르면 내달 2일부터 토익 스피킹(TOEIC Speaking, Writing) 정기시험 응시료가 7000원 인상된다. 현행 응시료는 7만7000원인데 8만4000원으로 오르는 것이다.
한국토익위원회는 이와 관련, "지난 2012년 이후 10년간 동일하게 적용되어 온 응시료를 그동안의 물가 상승과 지속적인 시험 관련 제반 비용의 증가로 인해 부득이 인상하게 됐다"고 안내했다.
앞서 지난 3월부터는 중국어능력평가시험인 HSK의 응시료도 인상됐다. 급수에 따라 최소 5000원부터 최대 2만2000원이 올랐다. 지난 4월에는 해외 취업을 위해 응시하는 영어시험 IELTS 응시료도 기존 26만8000원에서 27만3000원으로 조정됐다.
취업을 위해 필요한 시험들의 응시료가 오르면서 취업준비생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충격이 가시지 않아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에 미온적인 데다 밥상 물가를 비롯한 생계비가 연일 오르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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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도서관 열람실에서 학생들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B씨는 "금방 취업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으면 마음이 좀 편하겠는데 그렇지 않다"며 "팬데믹 기간 대부분 청년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았나. 기업들은 같은 조건이라면 경력이 단절되지 않은, 나보다 어린 친구들을 뽑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취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 취업 관련 카페 회원은 "이제 토익만으로는 변별력이 없어 회화 등 다른 시험도 봐야 하는데 응시료까지 올라 걱정"이라며 "점수를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얼마를 썼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청년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지만, 정부와 재계에서는 물가 상승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그리고 국제 곡물가가 급등해 그 영향을 저희가 필연적으로 받고 있다"며 "6월 또는 7∼8월에 6%대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요금인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인상될 전망이다.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
인상 폭을 4인 가구의 월 사용요금을 기준으로 하면 전기요금은 1535원, 도시가스요금은 2220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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