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10곳 중 6곳은 가파른 물가 오름세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가계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물가상승에 대해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겠다는 응답은 절반이 넘는 61%에 달했다. 고용조정과 신규투자 축소를 제시한 기업은 동일하게 22.7%였으며, 관망하겠다는 기업은 23.6%에 불과했다. 특히 서비스업에서는 '가격 인상'(45%)과 함께 '고용 조정'(32%)을 그 다음으로 많이 꼽아 하반기 고용부진 현상도 점쳐진다.
정부는 이달부터 소비자물가가 6%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다가 국내 전기요금 인상마저 현실화되면서 당분간 고물가는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6~8월은 6%대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들(86%)도 올해 하반기에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석유정제·화학의 경우 '다소 하락' 또는 '변함 없음'에 응답한 업체가 50%를 차지해 국제유가 등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업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원재료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큰 고민 거리이다. 최근 대내외 리스크에 대해 기업들이 체감하는 중요도를 100점 만점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경기 둔화'(27점), '물가 상승'(26점), '물류차질 및 지정학적 리스크'(17점)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물류차질 및 지정학적 리스크'도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응답 업체들은 다른 리스크에 비해 물가 상승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재료 가격 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업체가 상승했다고 답변했다. 이 중 60%는 지난해 대비 '20% 미만', 40%는 '20% 이상'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건설업에서는 67%의 업체가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이미 반영한 기업도 69%에 달했다. 이 중 3분의 2 가량은 가격 상승분의 '20% 미만'으로 인상했다고 답했다.
판매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기업들 중 절반 가량인 53%는 올해 내 인상 계획을 밝혔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89%가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었으며, '20% 이상' 인상하겠다고 응답한 업체의 비중은 무려 67%였다.
평균임금은 지난해 대비 대체로 2~5%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건설업은 평균임금 인상률이 '2% 미만'과 '5% 이상'인 업체 비중이 각각 39%를 차지하는 등 양극화 경향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건설업은 최근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 비율이 44%(전체 35%)에 달해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고 숙련공과 비숙련공 간의 임금 격차가 큰 업종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금인상률이 '2% 미만'으로 낮은 업체들의 73%는 내년에 임금을 인상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상률은 '2~5%'가 가장 많았으며 건설업에서는 '5% 이상' 인상하겠다는 업체의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편, 응답기업들은 지난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사태(복수응답 기준)가 '원재료 가격 상승'(67%)과 '물류비 상승'(36%)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답변했다. 또한 응답업체의 과반 이상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올해 말까지'(60%)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내년 이후'(41%)까지 내다보는 업체도 적지 않았다.
중국 일부 도시 봉쇄의 영향(복수 응답 기준)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출입 지연'(40%), '원재료 가격 상승'(36%), '물류비 상승'(24%) 순이었다. 봉쇄로 인해 생산활동 중단 경험이 있는 업체는 제조업체 31% 등 전체의 27%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12일부터 6월 2일까지 전국 570개 업체를 대상(응답 350개)으로 실시됐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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