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방만 경영에 대한 정부의 대수술 의지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국내 철도망을 건설하는 국가철도공단이 해외 사업과 역세권 개발 등으로 2년 연속 순이익 달성과 20조원대 부채 줄이기에 안간힘쓰고 있다. 2004년 출범부터 태생적 부채를 안았던 철도공단은 18년간 자구 노력으로 2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23일 철도공단에 따르면 이 기관은 올해 폐선구간인 경주시·죽령 구간 등에 대해 민간이 참여하는 개발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밖에 수서·춘천 역세권 개발도 사업모델을 조만간 발표한다. 철도공단은 또 올들어 모로코 고속설도 3공구 기본·실시 설계 용역을 약 100억원에 수주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도시철도(MRT) 4단계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등 해외 사업 수주 물량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부채를 상당폭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도공단은 매년 7조원 규모의 철도건설사업을 벌인다. 재원은 일부 국고 지원을 받지만 대부분 채권 발행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에서 받는 선로사용료로 자체 조달하는 구조다. 특히 선로사용료는 매년 5000억~7000억원 규모로 징수하는데, 이는 건설 사업으로 쌓인 부채의 이자비용(최근 5년 연평균 약 6000억원) 감당에도 버겁다는 게 공단측 설명이다.
지난 해 말 철도공단의 총 부채는 20조5732억원이다. 무자본특수법인으로 부채비율을 따지기는 어렵다. 철도공단에 대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경영평가는 2020년 실적 기준 C등급(보통)에서 지난해 B등급(양호)으로 나쁘지 않다. 다만 20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큰 폭으로 줄여야 한다는 데 철도공단의 고민이 있다.
철도공단은 폐선 부지와 역세권 개발 사업으로 2004년부터 자구노력에 집중해왔다. 2005년 322억원 수준이었던 자구노력 수익은 꾸준히 성장해 지난 해 3705억원에 이른다. 18년간 누적 자구 수익은 1조9490억원이라고 철도공단은 밝혔다. 특히 철도공단은 2017년부터 연간 흑자경영에도 성공해, 2020년을 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철도공단의 장기 과제는 선로사용료 인상이다. 다만 역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코레일과 SR의 반발을 넘어야 한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우선 자구노력을 통한 수익 확대에 주력하면서 선로사용료 인상도 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