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성공에도…"우리는 격차 큰 7등, 성능 더 높여야"

↑ 한국 발사체 개발 역사 30년만에 누리호가 우주 독립 시대를 열었다. 2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나로호 개발부터 참여해 온 `누리호 주역`들이 누리호 발사 이후 브리핑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장영순 발사체체계개발부장, 이상률 ...

"세계 7번째로 우주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6등과의 격차가 굉장히 큰 7등입니다. 인도, 일본 모두 우리보다 자체 개발 발사체의 성능이 월등한 국가들입니다. 우주 개발을 위해서는 발사체의 성능을 더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1일, 누리호의 위성 발사 성공은 대한민국을 흥분시켰다. 드디어 우주 독립국이 됐다는 자신감은 물론 과거의 아쉬움을 떨쳐버렸다는 후련함도 감돌았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발사 당일 저녁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미래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향후 나아가야 할 두 가지 축으로는 △발사체 성능 향상 △시장 경쟁력 확보가 제시했다.
이 원장은 "현재는 고도 700km 궤도에 1.5톤 무게를 올려놓을 수 있다. 차세대발사체의 목표는 달에 1.8톤 규모의 탑재체를 착륙시키는 것"이라며 "성능을 높이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한꺼번에 다 따라잡지는 못하더라도 상업적 목적도 고려해야 한다. 아직 이쪽 분야에는 경험이 적다"며 "결국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간기업이 우주산업에 참여하는 데 대해서는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정부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주도한 연구개발은 상업화로 이어지기에 한계가 있다. 민간 기업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현재 항우연이 보유한 기술은 민간 기업에 이전할 수 있다. 항우연은 2~30년 후에 활용될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1986년 천문우주연구소에서 우주 개발을 위한 엔지니어를 모집할 때 처음 합류한 '우주 개발 1세대'다. 이후 항우연이 생기며 자리를 옮겼다. 36년간 우주 개발 사업에 몸 담아 온 것이다.
그의 전공은 누리호와 같은 발사체가 아니라 위성이다. 이 원장은 "처음에는 발사체를 담당했는데, 유학을 다녀와서 위성으로 부서를 바꿨다"며 "과거 발사체 실패를 보며 마음의 빚 같은 게 조금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온 국민이 성원해 온 누리호 발사가 성공으로 끝나 굉장히 기쁘다. 이 시기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원장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나 영광"이라고 전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리호가 22일 오전 3시 항우연 지상국과의 양방향 교신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위성궤도투입 성능이 완전히 확인된 것이다. 이날 교신에서는 원격명령을 통해 성능검증위성에 탑재된 GPS수신기를 활성화하도록 명령했다. 오는 29일부터는 2일 간격으로 국내 대학에서 개발한 큐브위성이 사출된다.
[정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