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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버자야 타임스퀘어호텔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말레이시아 진출을 위한 조인트벤처 설립 계약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파리바게뜨] |
전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무슬림(이슬람교도) 소비자를 겨냥해 이들이 먹고 쓸 수 있는 상품을 출시,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시도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말레이시아에 제빵공장을 건립하고, 현지 기업 '버자야 푸드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전날 밝혔다. 제빵공장은 말레이시아 제2의 도시 '조호르바루'에 들어설 예정이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ASEAN)의 상징적인 경제 대국이지만, 식품기업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국교가 이슬람교인데다 인구가 3300만명을 웃돌기 때문이다. 올해 말까지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첫 매장을 열겠다는 게 파리바게뜨의 목표다.
국내 소비자로서는 식품기업이 할랄시장 공략을 노린다는 게 낯설 법도 하지만, 기업들의 판단은 다르다. 전 세계 인구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할랄푸드만 먹고 쓸 수 있는 무슬림의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무슬림의 숫자는 지난 2000년 13억명에서 지난해 18억명까지 증가했다. 오는 2030년에는 22억명, 2050년에는 30억명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한국무역협회의 전망이다.
인구수만큼 시장 규모도 상승세다. 세계 할랄산업 규모는 지난 2017년 2조1000억달러(약 2714조원)에서 오는 2024년 3조2000억달러(약 4136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3000조원 규모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어 식품기업으로서는 그야말로 '노다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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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양식품이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최근 출시한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제품 왼쪽 하단에 '할랄푸드' 인증 마크가 새겨졌다. [사진 제공 = 삼양식품] |
명도물산은 최근 국산 분말 소스 최초로 할랄 인증(MUI)을 받은 떡볶이 소스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달 12일 자카르타를 향해 출항한 초도 선적 물량만 해도 약 20t에 달한다. 떡볶이와 어묵탕 30만명분 분량이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2억7000만명)의 87%가 무슬림인 세계 최대 이슬람국이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이기도 한데 현지에서 K팝 등 한류 열풍이 불면서 국내 식품기업들도 공략에 나서고 있다.
또 불닭볶음면 시리즈로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뽐낸 삼양식품은 지난달 말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한국이슬람협회(KMF)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삼양식품이 무슬림 소비자를 겨냥해 제품을 출시하면서도 미국을 그 무대로 한 건 K팝과 연관이 있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에서 콘서트를 진행할 때 삼양식품이 메인스폰서로 참여했는데 콘서트가 열린 4일간 4만명의 소비자가 불닭볶음면 부스를 방문한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이슬람 시장의 경우 육류 소비가 굉장히 엄격하다. 돼지고기는 아예 먹을 수 없고, 소고기 등도 생산·가공 절차가 까다롭다"며 "기업들이 대체육 개발에 주목하는 데는 이런
이 관계자는 "대체육은 생태계 보전과 환경, 소비자 건강과 가치소비 등과도 연관된 분야이지만, 기업들로서는 할랄시장을 공략할 무기"라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몇 년 내 기업들도 더 공세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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