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수가 93만명 이상 늘어나는 등 고용이 늘고 있지만 고용의 질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 여성과 고령층 고용의 질은 상대적으로 회복속도가 더뎌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고용의 질 지수(2020년 1월=100)는 99.2로 코로나19 이전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의 양(취업자수)이 102.1로 2020년 수준을 상회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고용의 질 지수는 종사상 지위의 안정성, 근로시간, 산업·종사자규모·직업 등 노동자가 속한 부문의 실직위험 3가지 항목을 이용해 집계됐다. 예를들어 종사상 지위가 계약기간 있는 상용직, 임시직, 일용직, 자영업자 등이거나 근무시간이 비자발적으로 36시간 미만인 경우, 종사자 5인 미만 업체 근무시 취약노동자로 분류된다. 3가지 평가항목 중 2가지 이상 항목에서 취약하다고 평가되면 '취약노동자'로 정의하고, 이들의 비중과 취약 정도 등을 반영해 고용의 질 지수를 산출했다.
송상윤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고용의 질이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일거리 부재, 사업부진, 조업중단 등 비자발적 요인으로 근로시간이 부족한 노동자의 비중이 감염병 확산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데다, 근로시간 감소가 고용이 불안정하고 실직위험이 큰 노동자를 중심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 청년층과 고령층은 코로나19 영향에서 아직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청년층(15~29세)의 고용의 질 지수는 98.2인 반면, 남성 청년층은 104.5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여성 청년층의 경우 계약기간이 없는 상용직 비중이 2020년 52.8%에서 올해 1~4월 평균 기준으로 51.1%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남성 청년층의 비중은 50.4%에서 53.1%로 오히려 상승했다. 여성 청년층 중 계약기간 있는 상용직의 비중이 300명 미만 기업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비자발적 근로시간 부족을 겪고 있는 여성 청년층의 비중도 2020년 1월 1.8%에서 올해 1월 3.5%로 크게 상승했고, 4월에도 3.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고령층은 남녀 모두 고용의 질 지수가 2020년 수준을 하회했다. 남성과 여성의 고용의 질 지수는 각각 99.3과 98.9였다. 고령층의 경우 다른 연령대 대비 고용의 질이 낮은 데다, 전체 취업자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하고 있어 취업자 전체 고용의 질을 낮췄다는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전체 취업자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월 18.1%에서 올해 4월에는 20.6%로 상승했
송 과장은 "고용의 질 제고를 위해서는 근로시간 정상화가 힘든 노동자의 이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직업교육 및 고용서비스 강화 등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면서 "아울러 육아 중인 여성 노동자들이 경력단절 없이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일자리 공유 확대, 재택근무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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