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한국전력 본사가 위치해 있던 삼성동 부지. 현대자동차가 10조5500억원에 매입해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개발이 시작되기 전인 2017년 전경. <한주형기자> |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봉은사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인 봉은사가 패소했다고 밝혔다. 봉은사는 과거 봉은사 소유였던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옛 한전 부지를 당시 상공부가 강제로 팔게 했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봉은사에 따르면, 권위주의 정부 시절인 1970년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봉은사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동 부지 33만여㎡를 판매하라고 요구했다. 1970년은 강남 개발이 한창이던 시기로, 봉은사 당시 주지는 사찰 소유이던 땅을 판매 거부했다. 이에 상공부는 봉은사와 직접 계약하는 대신 조계종 총무원과 계약해 33만㎡의 땅을 3.3㎡당 5300원씩 총 5억3000만원에 구매했다.
봉은사 측은 "당시 봉은사는 조계종 직영사찰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부와 봉은사가 직접 매매계약을 체결해야 했다"며 "조계종 총무원과 상공부가 계약을 맺은 만큼 당시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봉은사 전경. 조계종 소속 봉은사는 한전이 현대자동차에 매각한 삼성동 옛 한전 부지가 과거 잘못된 절차를 밟아 매각됐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달 17일 패소했다. <사진=매경DB> |
봉은사가 삼성동 부지를 상공부에 매각한 것이 부당했다는 내용이 행정심판에서 인정되면 땅을 직접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보상이 봉은사에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었다. 봉은사 소송에 밝은 한 변호사는 "당장 소송을 건 면적은 150㎡였지만 나중에 전체 33만㎡에 대해 보상을 받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어디까지 부당 매각으로 인정받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봉은사가 기대감을 품던 반면 한전과 현대자동차그룹은 때 아닌 행정소송에 난처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전은 2014년 부지 매각 당시 기대 이상의 흥행으로 큰 수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고, 현대차그룹은 그룹의 미래를 걸고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이려던 상황이었는데 거래를 잘 마무리 짓고도 때 아닌 소유권 분쟁에 시달리게 됐기 때문이다.
초유의 관심을 받던 이 행정소송의 결과는 당초 지난해 12월 24일 나올 전망이었으나 6개월 가량 판결이 늦어져 이달 17일에야 결과가 나왔다. 봉은사의 기대와 달리 봉은사(원고)가 패소함에 따라 한전과 현대자동차는 매각에 따라 확보한 자금 과 개발 계획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제기된 소송은 150㎡ 면적의 대지에 대한 것이었지만 패소했다면 33만㎡ 전체에 대한 소송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며 "까딱 잘못했다간 10조원이 넘는 매각 대금을 그대로 봉은사에 전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다소 불식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행정소송 1심 판결이 나왔지만 아직 모든 소송이 정리된 것은 아니다. 봉은사는 행정소송 외에 한전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이 민사소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2부에서 심리 중이다. 행정소송 1심에서 봉은사가 패소한 만큼 민사소송에서 봉은사가 승소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한전은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을 그대로 떠안은 바람에 수 조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1분기 한전은 7조7869억원의 적자를 봤고, 오는 2분기에도 5조원 이상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전은 전력 발전 원가 상승분을 전력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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