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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사진 제공 = 서울대병원] |
17일 강형진 서울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강 교수는 국산 CAR-T치료제의 선구자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CAR-T치료제 임상을 승인받았으며, 이후 자체적으로 CAR-T치료제를 생산해 2명의 시한부 백혈병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백혈병 환자 중 일부는 기존의 치료제가 듣지 않는다. 이들에겐 마지막 선택지인 CAR-T치료제가 투여된다. 환자의 몸속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추출한 후, 암의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 수용체(CAR)를 T세포에 주입해준다. 이후 CAR-T세포를 다시 체내에 투입해 암세포를 치료하는 방식이다. 노바티스 사의 킴리아 기준 약 60%의 완치율을 보여 시한부 환자들에겐 '꿈의 항암제'나 다름없다.
강 교수에 따르면 CAR-T치료제는 기존의 'CD19 항체 모델'을 넘어서 새롭게 개발될 여지가 충분하다. 기술적으로는 복잡하나, 암의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를 다양하게 조작하면 기존의 혈액암 뿐만 아니라 고형암 및 기타 질환 치료로도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올해 기준 중국은 588건, 미국은 400건의 CAR-T임상이 진행되는 등 선발주자들과 후발주자의 격차는 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선 CAR-T치료제 개발을 견인할 '연구자 주도 임상'의 허들이 지나치게 높아 후발 주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연구자 주도 임상이란 시한부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에서 CAR-T치료제를 자체 개발한 후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적 임상'을 말한다. 기업에서 상업적 용도로 진행하는 임상시험과는 구별된다. 환자들에게 일체 비용을 받지 않으며, 공익적 목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시한부 환자에게 투여한다.
강 교수는 "치료를 포기한 시한부환자에게 마지막 치료 수단으로 CAR-T치료제를 투여 후, 이 중 효과를 보이는 물질을 기업에 기술이전시켜 상업화시키는 것이 개발에 따른 위험부담을 최소화시키는 모델"이라며 "연구자 주도 임상은 역설적으로 CAR-T 치료제 상업화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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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심의·승인 절차 흐름도. [자료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
먼저 보건복지부 심의위원회를 통과한 후, 최종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승인을 한 차례 더 받아야 한다. 복지부를 통과하더라도 식약처라는 '옥상옥'을 거쳐야 하는 이중 승인 구조인 것이다.
강 교수는 실제로 CAR-T치료제를 개발하면서도 식약처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장장 6개월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그의 환자들은 기약없이 임상 승인 소식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식약처는 조직 특성상 임상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해야하는 기관은 맞는다"라면서도 "상업용 의약품은 몰라도 시한부 환자에게 공익적 목적으로 투여될 치료제마저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김 교수는 CAR-T 임상 시험 승인을 받기 전 외래성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래성 바이러스 검사 (체세포를 추출 후 인체에 재 주입 시 외래성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검사)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기관이 극소수이며, 검사 비용도 수천만원대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동물실험 역시 CAR-T치료제의 경우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인간의 T세포는 인간화마우스와 70% 밖에 일치하지 않다"라며 "30%는 달라서 이종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이를 무시하고 다른 상업용 의약품과 똑같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연구 속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보다 개방적이다. 연구자 임상과 상업적 임상을 엄격히 구분하기 때문이다. 시한부 환자에게 행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의 경우에 한해서는 임상 허들을 낮춰준다.
옥상옥 구조도 존재하지 않는다. FDA는 검토 및 자문만 주며, 최종 승인은 복지부 격인 국립보건원(NIH)에서 한다. NIH에서 통과되면 즉시 임상 개시가
강 교수는 "킴리아 역시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시작된 후 기업에 기술이전 한 사례"라며 "우리나라에서도 법 개정을 통해 '식약처 최종 승인' 조항을 '식약처 검토'로 바꿔 임상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연구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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