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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오전 8시께 서울 종로구 안국역 `런던 베이글 뮤지엄`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이하린 기자] |
지난 5일 일요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의 베이글집 앞에서 한 커플이 투닥거렸다. 대기줄이 너무 길다는 남자와 베이글집에 꼭 방문하고 싶다는 여자의 의견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냉랭한 분위기 속에 줄을 서 있다가 대기번호를 받아들었다.
이날 오전 SNS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는 약 200명의 인원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개점 시간은 오전 8시이지만 한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 오전 7시 30분께 도착해 겨우 줄을 선 기자는 70번대 대기번호를 받았다. 이후 1시간 30분이 더 지나서야 입장해달라는 알림이 왔다.
시그니처 메뉴인 '브릭레인'부터 먹어봤다. 참깨 베이글에 크림 치즈와 꿀을 발라 먹는 방식으로, 참깨가 가득 박혀서 고소한 맛이 강하다. 이 밖에 '감자 치즈 베이글', '쪽파 부추 어니언 베이글', '잠봉뵈르 샌드위치' 등도 인기였다. 물론 눈을 뜨자마자 달려가 오랜 기다림 끝에 먹었기에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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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베이글 뮤지엄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이하린 기자] |
이렇게 주말 오전 일찍, 베이글을 먹으려고 오픈런을 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방문객들은 베이글 맛도 맛이지만 인테리어에서 풍기는 특유의 '런던 감성'에 관심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7시 50분께 와서 대기표를 받은 A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궁금해서 와봤다"면서 "런던을 그대로 옮겨온 듯해서 '서울시 종로구 런던동'이라는 별명이 붙었더라. 오래 기다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전 8시께 도착한 B씨 역시 "워낙 베이글을 좋아하는 데다 서울의 작은 런던이라는 소문을 듣고 관심이 생겼다"며 "피곤하긴 하지만 분위기 있는 인증샷을 많이 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렘을 들어냈다.
그런가 하면 인근 주민 사이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안국역 근처에 거주하는 C씨는 "주말 오전마다 운동하는 코스인데 대기줄을 볼 때마다 입이 떡 벌어진다"면서 "대낮도 아니고 오전부터 이렇게들 모여들다니 신기하다. 솔직히 이해는 안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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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베이글 뮤지엄 내부 모습. [이하린 기자] |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오픈런 맛집'으로 떠오르는 곳들을 보면 맛으로만 승부 하기보다는 매장 디자인에 힘을 주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공간에 머무는 것 자체가 색다른 즐거움이 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외에도 연남동의 디저트 카페 '피프티인터카트'는 미국 마트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에 카트에 커피와 디저트를 담아 먹는 독특한 콘셉트로 입소문을 탔다. 도산공원 '달마시안 카페' 앞에는 유럽 느낌의 분수가 놓여 있고 내부 곳곳에 달마시안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곳들은 주말마다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다.
이처럼 색다른 매장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SNS 인증 욕구가 강한 젊은 층의 취향과 맞물리면서 카페 및 베이커리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한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신생 카페나 베이커리의 경우 SNS를 즐기는 젊은 층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매장을 해외 느낌으로 꾸미거나 캐릭터 카페로 만드는 등 '이 곳이 아니면 안 되는' 차별화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가장 기본인 맛에 충실해야 소위 '오픈빨'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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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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