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장기화에 물가 압박…스태그플레이션 걱정 증가
↑ 서울 식당가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기후변화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지구촌의 인플레이션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점심(런치)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합한 신조어인 런치플레이션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약해지며 재택근무 대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접하는 점심 물가가 눈에 띄게 뛴 것을 가리킵니다.
런치플레이션의 원인으로는 주된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발생한 애그플레이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곡물 등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일반 물가도 오르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조사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 100 기준)는 5월 157.4포인트로 1년 전보다 22.9% 상승했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3월(159.7)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작년 5월보다 5.4% 올라 거의 14년 만에 5%대를 기록했으며,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밀가루 등 가공식품 물가는 7.6% 뛰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에코플레이션(Ecology·환경+인플레이션)은 농산물 재배에 차질을 빚어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입니다.
한국은 올해 들어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밭작물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양파 도매가격(15㎏ 상품)은 평균 2만 20원으로 1년 전의 2배가량 됐으며, 감자 도매가격(20㎏ 상품)은 평균 4만 160원으로 62% 뛰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 아프리카 북동부 등 세계 곳곳의 가뭄으로 작물 재배가 타격을 받고 있어 식량 공급 차질 악화와 추가 가격 상승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에너지(Energy)발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이(E)플레이션도 강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한 것을 비롯해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전국 평균 L당 2천 원대를 보이고 있고, 경유 가격은 지난달 24일에 2천 원을 넘은 뒤 상승 폭을 키우고 있습니다.
발전 비용 증가에 프랑스, 영국, 싱가포르 등이 잇따라 전기요금을 인상했습니다. 한국전력은 3분기에는 국내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상황으로 경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50여 년 만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4.1%에서 2.9%로 낮추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공급망 차질,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세계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많은 국가가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세계은행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4.5%에서 3.0%를 하향 조정하고 회원국들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4%에서 8.8%로 대폭 높였습니다.
마티아스 코먼 OECD 사무총장은 "전 세계 국가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이는 인플레 압력을 키우며 실질 소득과 지출을 억제하고 경기 회복을 꺾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도 그 영향권에 있으며, 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낮추고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2.1%에서 4.8%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우리나라 1분기 경제는 전 분기 대비 0.6%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경기도 침체되자, 우리나라에도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이 예상돼 그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진단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를 감안한 2021~2022년 잠재성장률은 평균 2.0%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