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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2 한국금융학회 정기학술대회 및 특별 정책심포지엄'에서 문우식 서울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
10일 한국금융학회(회장 위경우)가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2022 정기학술대회 및 특별 정책심포지엄'에서 공개된 설문조사에서 포스트 코로나 국면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위험으로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37.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설문조사 시점이 지난 2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미 국내 경제금융전문가들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상 문제가 대두될 것임을 감지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금융학회가 박명호 한국외대 교수팀에 의뢰해 교수, 연구원, 기업인, 금융인 등 국내 경제전문가 총 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또다른 경제적 위험으로는 '과다한 정부지출 증가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33.5%)',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양극화 확대(19.6%)'를 뽑았다. 단기적으로는 긴축적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을,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 악화로 인한 경제성장의 훼손을 가장 심대한 위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4월 경상수지가 2년만에 적자전환해 재정적자와 함께 '월간' 쌍둥이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2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8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2020년 4월(-40억2000만 달러) 이후 2년 만이다. 1~4월 누적으로는 경상수지가 153억1000만 달러 흑자였다.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위험 요인으로는 가계부채(46.9%),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금융위기의 전이(19%),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출 부실화(17.1%), 재정 건전성 악화와 외환시장 불안(16.5%)로 나타났다.
위경우 한국금융학회 회장은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저성장과 고물가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코로나로 인한 경기둔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경제전문가 10명 중 6명은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에 전념하면서 경기회복에 소극적인 입장('매우 소극적이었다' 4.1% + '대체로 소극적이었다' 56.3%)을 취해왔다고 답했다. 경기회복에 적극적('매우 적극적이었다' 3.1% + '대체로 적극적이었다' 36.5%)이었다는 평가는 39.6%였다.
아울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삽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6.1%('매우 필요하다' 16.3% + '대체로 필요하다' 49.8%)에 달했다. 반면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삽입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3.9%('전혀 필요하지 않다' 7.3% + '별로 필요하지 않다' 26.7%)에 불과했다.
응답자별 특성을 살펴보면 기업인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삽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엇보다도 경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현장 중심의 기업인이 한국은행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경기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문우식 서울대 교수는 "실제 경제성장이나 고용안정의 목표가 무시된 적은 통화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금융통화위원회가 이전의 금융통화운영위원회라는 명칭을 개정하여 출범한 이래 한 번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또 "1998년 한은법 개정이후 공개되기 시작한 의사록을 살펴보면 경기대응 목표가 무시되거나 소홀히 취급된 적은 없으며 오히려 많은 경우 경기대응 목표가 물가목표보다 우선하여 고려되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은의 소통부족에 대해서는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문 교수는 "많은 경제전문가가 고용안정의 삽입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단일목표제하의 통화정책이 고용안정이나 경기에 대한 대응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경제전문가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경제금융전문가 10명 중 8명은 금리 인상기에 국내 은행들이 부당한 예대마진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지 못하도록 금융당국의 개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1%는 은행의 경제력 남용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개입해야한다고 답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늦게 올리고 대출금리만 먼저 올려 부당하게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5%는 '적극적 개입'을, 30.6%는 '소극적 개입'을 요구했다. 반면 '금융당국의 개입을 지양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4.9%에 그쳤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른 직업군에 비해 특히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면서 "예대마진 개선과 대출 자산 증가에 따라 금융기관들 실적이 고공행진 중인 반면,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예대금리 차까지 커지면서 쌓인 불만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전문가 대부분은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을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평가했다.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89.6%에 달했다.
선진국보다 경쟁력이 낮은 이유로는 '금융기관의 국내시장 위주의 영업 등 폐쇄적 문화와 낙후된 국제화(36.1%)'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규제 당국의 불투명하거나 불필요한 금융규제 및 감독(32.8%)',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금융정책을 이용(30.4%)' 순이었다. 응답자별로 보면, 기업인들은 정치적 목적을, 금융인들은 규제 및 감독이 경쟁력을 저하시켰다고 답한 비중이 높았다. 반면 교수·연구원은 낙후된 국제화를 주로 꼽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내 금융산업은 수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혁신 및 도전의식보다는 유사한 상품의 가격 또는 서비스 경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폐쇄성과 대외적 한계를 가지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채무유예나 대출 확대 등 유동성 지원을 통한 금융정책이 위기 극복과 경제 활력에 효과적이었냐는 질문에는 '효과가 있다'는 의견은 54.3%('매우 효과적이다' 11.6% + '효과적인 편이다' 42.7%)였다. '효과가 없거나 제한적이다'는 의견도 45.7%('전혀 효과가 없다' 2.7% + '효과가 제한적이다' 42.9%)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유동성 지원 등의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는 경제전문가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 관련해서는 잘못 수행하고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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